더 뉴 아이오닉5./사진=현대차
더 뉴 아이오닉5./사진=현대차
전기차가 늘어나면서 준대형보다는 준중형이나 중형 차급이 인기다. 크기에서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실내 공간을 내연기관차보다 더 넓게 만들 수 있는 전기차의 구조 특성상 준대형을 능가하는 실내 공간 구현이 가능한데, 보조금까지 받을 수 있는 준중형·중형 전기차에 수요가 몰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산 전기차 중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는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이오닉5(1590대)다. 그 뒤로 준중형 전기 SUV EV6(1380대), 레이EV(1278대), 토레스EVX(688대), 아이오닉6(377대) 순으로 집계됐다. 준중형·중형급 전기차가 대거 상위권에 진입했다.

차는 크면 클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최근의 대형화 추세와는 딴판이다. 당장 지난달 내연기관차 가운데 준대형 세단 그랜저(6884대, 3위)와 대형 레저용 차량(RV) 카니발(6879대, 4위)이 판매량 5위 안에 든 것과도 대조적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의 지난해 승용차 차급별 운행차량 대수에 따르면 전년 대비 가장 증감률이 높았던 차급은 대형으로 직전 연도 대비 6.5%가 증가했다. 전반적으로는 대형차 인기가 높다는 얘기다.

자동차도 '거거익선' 인기더니...전기차는 왜?

이러한 트렌드는 전기차에선 반전된다. 대형차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널찍한 실내 공간이었다. 전기차에선 기어·엔진 등 내연기관차에는 꼭 필요했던 자동차 부품들이 빠지면서 새로운 공간이 생겨났다. 또한 바닥이 평탄한 전기차 플랫폼 기반으로 전기차가 만들어지면서 준중형급도 준대형 못지않은 실내 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일례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사용한 아이오닉5의 경우 실내 공간의 크기를 결정짓는 데 기본이 되는 휠베이스의 길이가 3000㎜이다. 준대형 SUV 팰리세이드(2900㎜)의 휠베이스보다 약 100㎜가 더 긴 수준이다. EV6의 휠베이스는 2900㎜로 팰리세이드와 같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E-GMP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를 베이스로 하는 전기차와는 다르다"며 "엔진과 구동축이 제거되면서 탑승 공간의 바닥이 훨씬 넓고 평평해졌다"고 부연했다.
토레스 EVX./사진=KG모빌리티
토레스 EVX./사진=KG모빌리티
토레스EVX의 경우 내연기관차 토레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졌지만 훨씬 넓은 내부공간을 구현했다. 특히 트렁크 공간을 839ℓ(2열 폴딩 시 1662ℓ 적재)까지 넓혔는데, 이는 경쟁 차량인 아이오닉5(527ℓ)보다 넓은 수준이다. 내연기관차 토레스(703ℓ)보다도 넓다.

전기차 보조금도 준중형·중형 전기차 판매량 증가에 힘을 보탰다. 준대형 전기차는 1억원 내외의 가격대라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일례로 보조금이 약 50%밖에 지급되지 않는 기아의 준대형 전기 SUV EV9은 지난 5월 현대차·기아의 모든 모델을 통틀어 가장 적은 수준인 182대가 팔렸다. 정부 전기차 보조금 전액을 다 받는 아이오닉5와는 대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내 공간 때문에 높은 차급을 탔던 건데 전기차 시대가 되면서 사실상 차급이라는 게 무의미해졌다"라며 "전기차 수요가 늘어나면서 기존에 있던 '패밀리카' 의미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