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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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의 필수 부대시설로 꼽히던 단지 내 상가가 최근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재건축을 준비 중인 노후 단지 사이에서 ‘차라리 상가를 짓지 말자’는 말이 나올 정도다. 노후 상가 소유주도 아파트를 받으려면 상가를 아예 안 짓는 편이 낫다. 전문가들은 사전에 상가 신축에 따른 아파트 분양 조건을 꼼꼼하게 따져야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2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 마곡동 신안빌라 재건축정비사업 조합은 최근 상가 소유주의 의견을 종합해 신규 상가를 짓지 않는 방향으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상가 소유주가 먼저 신축 상가가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한 조합원은 “상가 소유자 중 과반이 상가를 짓지 말자는 데 투표했다”며 “앞선 선호도 조사에서도 상가를 받겠다는 사람은 없고 모두 아파트를 받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다른 재건축 추진 단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 강남권의 한 재건축 추진 단지는 소유주 사이에서 상가 크기를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 수익률 확보를 위해 상가 크기를 키우자는 의견과 상가 소유주의 아파트 분양을 위해 상가를 최소화하고 주상복합 형태로 설계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특히 아파트 분양을 노리고 상가를 매입한 소유자가 늘어나며 갈등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재건축 조합이 상가를 건립하지 않는 방안을 추진하는 이유는 아파트 분양 조건 때문이다. 재건축할 때 신규 상가를 짓지 않으면 기존 상가 가격이 신축 아파트 최소 가격의 10%만 넘어도 상가 소유주에게 아파트 분양 자격이 생긴다.

상가를 지으면 아파트 분양 조건이 까다로워진다. 새로 받은 상가 가격과 기존 상가 가격의 차액을 계산해야 하고, 그 차액이 신규 주택 분양 가격의 10% 이상이어야 소유주가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 일부 소유주는 상가가 들어서면 아파트 분양 자격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아예 신규 상가 가격이 아파트 가격보다 높도록 분양 기준을 바꾸면 그만큼 상가 크기가 커져야 한다. 그러나 대형 상가일수록 미분양 위험이 커 전체 사업성이 낮아질 수 있다.

정비업계에선 상가 재건축 포기 사례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현행 도시정비법을 보면 굳이 상가를 건설하지 않더라도 재건축 계획을 세울 수 있다”며 “요즘엔 상가 소유주도 돈이 되는 아파트를 받길 원하고 상가 시장이 침체해 정비 계획을 바꾸려는 조합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