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 이야기'·'엠마' 그린 日 만화가 내한…서울국제도서전서 특별 전시
펜 한 자루로 그려내는 예술품 같은 만화…모리 가오루 드로잉쇼
테이블 위에는 백지와 밑그림용 연필, 양쪽으로 펜촉이 달린 독특한 펜 한 자루가 전부다.

손길 가는 대로 종이 위에 선을 몇 번 긋자 어느새 중앙아시아 특유의 화려한 의복과 장신구를 걸친 만화 속 캐릭터가 등장해 환하게 미소 짓는다.

펜 한 자루로 그려내는 예술품 같은 만화…모리 가오루 드로잉쇼
일본 인기 만화가 모리 가오루(森薰·46) 작가가 2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 초청받아 라이브 드로잉 쇼를 선보였다.

만화 '신부 이야기'와 '엠마' 등으로 이름을 알린 모리 작가는 디지털 작업이 보편화된 오늘날 만화계에서 드물게 오로지 수작업으로만 작품을 완성하는 것으로 유명한 작가다.

이렇게 완성한 작품은 사진이나 역사 자료집을 방불케 할 정도로 세세하고, 꼼꼼한 고증을 자랑한다.

이날 모리 작가의 드로잉 쇼는 마치 무형 문화유산 장인이 나무 공예품을 깎는 모습 같았다.

이리저리 재거나 수정하지 않고 시원시원하게 선을 긋는데 더없이 정교한 결과물이 나온다.

화려한 의복 문양과 귀걸이, 땋아 내린 머리카락과 두건 등이 묘사될 때는 마치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를 프린터로 찍어내는 듯한 모습이었다.

게다가 모리 작가는 시종일관 왼손으로는 마이크를 들고 이야기하며, 나머지 한쪽 손만으로 그림을 완성했다.

드로잉 쇼 시작부터 참석자들에게 질문을 받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다.

펜 한 자루로 그려내는 예술품 같은 만화…모리 가오루 드로잉쇼
모리 작가가 한국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전에 100명 한정으로 드로잉 쇼 관람 예약을 받았지만, 예약 시작 단 2분 만에 모든 좌석이 동났다.

이날 현장에도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으며, 의자가 부족해 행사장 한쪽 바닥에 앉거나, 주변에 서서 보는 관객도 많았다.

라이브 드로잉 쇼가 진행되는 동안 사진과 영상 촬영이 금지됐는데, 팬들은 한 장면이라도 눈에 더 담아가기 위해 무대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에서는 모리 작가의 대표작 '신부 이야기'를 소재로 한 특별전시와 작가 사인회도 열렸다.

'신부 이야기'의 복제 원고와 컬러 일러스트, 도서 등이 전시됐고 주요 등장인물들의 등신대가 있는 포토존, 작품 배경을 설명하는 대형 지도 등을 배치했다.

'신부 이야기'는 19세기 타림분지에서 카스피해에 이르는 중앙아시아 5개국을 배경으로 여러 민족의 일상과 풍속을 그린 옴니버스 만화다.

중앙아시아 여러 민족의 복식과 공예품, 음식, 관혼상제 문화를 철저하게 고증해 일본은 물론 해외에서도 호평받았고, 2012년 프랑스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에서 세대간상을 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