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독자위원회 2차 회의가 지난 27일 서울 청파로 한경 본사 17층 영상회의실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조성우 의식주컴퍼니 대표, 박종민 한국언론학회장, 김예진 서울대 경제학부 학생, 박병원 독자위원장, 이창재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김도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조일훈 한경 논설실장.    /김범준 기자
한국경제신문 독자위원회 2차 회의가 지난 27일 서울 청파로 한경 본사 17층 영상회의실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조성우 의식주컴퍼니 대표, 박종민 한국언론학회장, 김예진 서울대 경제학부 학생, 박병원 독자위원장, 이창재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김도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조일훈 한경 논설실장. /김범준 기자
한국경제신문 독자위원회의 2024년 2차 회의가 지난 27일 서울 청파로 한국경제신문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렸다. 독자위원들은 4~6월 한경 기사 중 기자들이 발품 팔며 파고든 연속 기획 기사에 대해 “한경 기사 덕분에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다”고 호평했다.

위원들은 △레드테크(중국의 최첨단 기술)의 역습 △위기의 새마을금고 △문화전쟁-예술이 왜 공짜여야 하는가 △어글리 공공예술에 헛돈 쓰는 지방자치단체 기사 등을 두고 지난 1분기 회의 때 주문한 ‘한경만의 인사이트가 담긴, 활자의 매력을 갖춘 심층 분석기사’ 요구를 충족하는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경제 현상이나 정책을 다룬 기사에선 “좀 더 정교한 논리로 독자를 설득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내놨다.

이날 회의에는 박병원 한경 독자위원회 위원장(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주재로 김도영(서강대 경제학부 교수)·김예진(서울대 경제학부 학생)·박종민(경희대 미디어학과 교수·한국언론학회장)·이창재(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조성우(의식주컴퍼니 대표) 위원 등이 참석했다.

○돋보인 ‘발품 판’ 기획

"깊이 있는 '레드테크·문화전쟁' 기획…한경만의 매력 잘 보여줘"
위원들은 4~6월 기사 가운데 “이런 일이 벌어지는 줄 몰랐다”며 놀란 기사가 적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많이 언급한 기획은 ‘레드테크의 역습’이었다. 이 위원은 “기자들이 중국 현지에서 발품을 많이 판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졌다”며 “강화된 검열 탓에 기업인도 중국 출장에 몸을 사리는 상황에서 나온 용감한 시도”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면서 “브랜드 인지도나 품질에서 무시당하던 중국이 어느덧 영국과 독일의 완성차 기업까지 사들이는 무서운 나라가 됐다”며 “앞으로 중국이 어디까지 치고 나올지를 예측하는 전문가 분석이 담긴 후속 기사도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김예진 위원은 “한경 덕분에 ‘레드테크’라는 신조어가 널리 알려졌다”며 “중국을 저가, 저질품을 양산하는 나라라고 여겼던 편견이 완전히 깨졌다”고 거들었다. 박 위원장은 “중국에서는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이공계로 간다”며 “중국 테크 기업의 발전상과 의대 쏠림이 심한 우리의 현실이 너무 대비됐다”고 했다.

지방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세운 ‘날림’ 조형물과 관련해서도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김예진 위원은 “한경 보도 직후 SNS상에서 한강공원 괴물 조형물이 큰 화제가 됐다”며 “서울시가 한경 보도 후 철거 방침을 내놓은 것은 긍정적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문화전쟁 기획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위원은 “예술은 무료라는 일반적인 인식을 흔드는 화두를 한경이 던졌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인 한국 사회에서 꼭 거쳐야 하는 수준 높은 논쟁”이라고 짚었다. 이외에도 지난 10일부터 연재한 기획 ‘알고리즘 지배사회’ 역시 사회 양극화를 부추기는 원인을 정교하게 파헤쳤다는 이유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새마을금고 부실을 다룬 기사도 의미 있는 기획이었다는 평이다. 조 위원은 “새마을금고는 상당수 고령 세대가 이용하는, 중요도가 높은 금융기관임에도 문제점 부각이 잘 안 됐다”며 “투명한 정보 공개가 어렵다는 구조적인 문제를 짚어준 점이 인상적”이라고 했다. 위원들은 한경 보도 후 정부가 전국 새마을금고 경영정보를 비교할 수 있는 통합 공시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하는 등 실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진 점도 높이 샀다.

○“경제 기사, 논리적이고 치밀해야”

한경이 경제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는 만큼, 주요 경제 이슈에서 보다 치밀하고 정교한 논리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문용어가 부정확하게 사용되는 사례가 있고, 친절한 용어 설명이 아쉬운 경우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사회 양극화나 소득분배 같은 분석 기사에선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사람도 설득할 수 있을 정도로 치밀한 논리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많았다. 김도영 위원은 “감세 반대론자들은 ‘부자 감세’라는 한마디로 간단하게 받아칠 수 있지만, 감세 찬성론자들은 자본시장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극복 등 다양한 이유를 복잡하게 들어야 한다는 핸디캡을 안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와닿는 사례를 붙이면서 보다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감세 정책이 실제로는 부자 감세가 아니라 중산층 감세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널리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건강보험 근로자의 소득을 분석한 보고서를 단독 입수해 보도한 ‘소득 불평등 대폭 개선’ 보도에 조 위원은 “상·하위 10%의 소득 개선만을 불평등 개선 지표로 삼은 것은 성급한 일반화가 아닌가 싶다”며 “눈에 확 띄는 기사지만 독자의 공감을 사기엔 부족했다”고 했다. 김도영 위원도 “근로소득자만을 대상으로 하면 소득 불평등이 개선됐다고 할 수 있지만 자영업자 통계까지 다 합하면 양극화가 더 악화되는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고 거들었다.

○AI 시대 대응 눈에 띄어

인공지능(AI) 시대에 발맞추는 한경의 시도를 주목한 시각도 있었다. 박 위원은 “인포그래픽이 중요해지는 가운데 ‘챗GPT’ 등을 활용한 한경의 그래픽 작업을 눈여겨보고 있다”며 “챗GPT의 빠른 손놀림과 그래픽 전담기자의 정성이 조화를 이룬 작품이 더 많이 나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독자위원들은 △지방대 의대 증원을 늘리면 지역 필수의료가 과연 해결될 수 있는지 분석하고(김도영 위원) △외국인 인력 정책이 한국 제조업 현장의 실상에 맞는지 살펴보며(조 위원) △과학인력·의사 양성에서 교육 여건을 갖춘 수도권 대학을 배제하는 게 옳은지 등을 짚어볼(박 위원장)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 한경 3기 독자위원

● 위원장
박병원 前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 위원
김도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김예진 서울대 경제학부 학생
김우경 SK수펙스추구협 PR 담당
박종민 한국언론학회장
신재용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이창재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정준형 하나은행 소비자보호그룹장
조성우 의식주컴퍼니 대표
하주호 SPC그룹 수석부사장

박종필/이소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