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은 이달 초 서울 잠실점 10층에 약 330㎡ 규모의 단일 상품 존을 열었다. 주인공은 오디오. ‘바워스앤드윌킨스’ ‘JBL 럭셔리’ ‘제네바’ 등 수천만~수억원에 달하는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가 줄줄이 입점했다. 총 2억원에 달하는 스피커를 경험해볼 수 있는 청음실 등도 마련했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2000만원 이상의 하이엔드 오디오 판매가 늘면서 잠실점의 오디오 월 매출은 2배 이상 뛰었다.
"침대 하나에 12억" 입이 떡…'제니 침대' 불티나게 팔렸다
김이수 롯데백화점 치프바이어는 “기존엔 프리미엄 오디오의 ‘큰손’이 40대 이상 남성들이었는데 최근엔 젊은 신혼부부, 여성 등으로 고객층이 넓어졌다”고 했다.

유통업계가 오디오, 침대, 조명, 접시에 꽂혔다. 거실과 침실, 부엌 등을 겨냥한 ‘집 안 명품’이다. 밖에서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명품이 아닌데도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에도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프리미엄 리빙 상품의 저변이 확대된 영향이다.

특히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게 오디오다. 28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수천만원대 프리미엄 오디오 매출은 전년 대비 40% 늘었다. 2021년(30%), 2022년(60%)에 이어 3년 연속 증가했다. 지난해 구매자의 40%는 20~30대였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바워스앤드윌킨스 등은 독특한 디자인으로 인테리어용으로 구매하는 소비자도 많다”고 했다.

집 한 채 값에 달하는 하이엔드 침대도 잘 팔린다.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제니가 쓰는 것으로 유명한 침대 브랜드 ‘해스텐스’는 침대 하나에 최소 3000만원대다. 초고가 라인업은 12억원대에 달한다. 그럼에도 수요가 많아 국내 매장을 늘리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5~6월 해스텐스 등 프리미엄 침대 매출은 1년 전보다 110.1% 급증했다. 롯데백화점이 전국 7개 점포에서 운영 중인 북유럽 조명 브랜드 ‘루이스폴센’도 조명 하나에 30만~1800만원씩 하는데도 인기가 많다. 롯데백화점의 프리미엄 조명 매출은 매년 증가를 거듭하고 있다.

이런 트렌드는 유통업계와 브랜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백화점 입장에선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등 최고급 브랜드의 정식 매장을 들이기 쉽지 않은데, 리빙 상품을 통해 명품 라인업을 강화할 수 있다.

브랜드로서도 백화점에 정식 매장을 내면 브랜드 이미지를 고급화하고 고객층을 넓힐 수 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과거 마땅한 프리미엄 오디오 매장이 없어 용산 전자상가로 향하던 오디오 마니아들이 백화점으로 오고 있다”며 “주 52시간제, 재택근무 일상화 등으로 프리미엄 리빙 상품 수요는 꾸준히 늘 것”이라고 했다.

백화점뿐 아니다. 쿠팡은 최근 에르메스, 베르사체 등 명품 브랜드의 주방도구를 로켓배송(새벽배송) 서비스에 포함했다. SSG닷컴은 지난해 말 프리미엄 의자·조명·테이블 등을 매입해 판매하는 중고 플랫폼 ‘풀티’를 브랜드관 형태로 들여왔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