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방송통신위원회 마비를 노린 ‘정치 탄핵’에 나섰다. 소득세법 등을 논의하려던 엊그제 정책의원 총회에서 느닷없이 김홍일 방통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당론으로 채택한 것이다. 다음달 4일 마감하는 6월 임시국회 내 의결도 다짐했다. 작년 말 이동관 방통위원장 탄핵안을 발의해 자진 사퇴시킨 지 불과 7개월 만의 일이다.

방송·통신 업무를 올스톱시키려는 국정 발목잡기라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5인 합의제기구인 방통위를 ‘2인 체제’로 위법 운영했다는 게 야당 주장이지만 공감하기 어렵다. 방통위 법은 ‘위원 2인 이상 요구로 회의를 소집하고, 재적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정하고 있다. 법원도 지난달 ‘2인 체제’에서의 ‘YTN 지분 매각’ 승인의 유효성을 인정했다. 2인 체제가 위법하다고 여겼다면 먼저 법원 판단을 구하는 게 순리다. 힘자랑하듯 탄핵 카드부터 꺼내는 건 직권남용 소지가 다분하다. 더구나 현재 2인 체제는 민주당이 대통령의 비토를 핑계로 자신의 몫인 위원을 추천하지 않은 탓이다.

억지 탄핵의 목적은 ‘친야 방송 MBC 사수’일 것이다. 김 위원장 업무가 정지되면 남은 위원이 한 사람뿐이라 방통위 개최가 원천봉쇄된다. 8월에 임기가 끝나는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진 교체를 막아 친야 성향 MBC 사장을 지켜낼 수 있다. 낯뜨거운 정언유착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탄핵 게임’의 불똥은 엉뚱하게 과학기술계로 튀었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방송 관련 정쟁에 몰두한 탓에 과학기술 입법과 현안 논의가 실종됐다. KBS 수신료 분리 징수 등으로 여야가 맞붙으면서 우주항공청 출범이 지연됐었다. ‘AI기본법’이 21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된 사정도 비슷하다. 방송 3법, 방통위원장·KBS 사장 임명 건으로 과방위가 파행으로 치달으면서 AI기본법 논의는 증발됐다. 오죽했으면 하정우 네이버 AI이노베이션센터장이 국회 행사에서 “과방위를 과학기술과 방송으로 꼭 분리해달라”고 요청했겠는가. 국회 과방위는 국가 미래를 위한 ‘과학기술’은 없고 오로지 정략을 위한 ‘방송’만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