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사랑하는 이가 죽었다…SNS 계정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우리 주변에는 산 자보다 죽은 자의 수가 더 많은 죽은 자들의 도시, 거대한 묘지가 건설되고 있다. 이 영원한 사후세계는 누가 보존하고 관리해야 할까?

디지털 윤리학자이자 스웨덴 웁살라대 정치학과 교수인 칼 외만은 <데이터의 사후세계>에서 이 같은 질문을 제기한다. 과거 외만 교수는 죽은 사람의 페이스북 프로필 수가 50년 안에 살아 있는 사람 수를 넘어설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연구에 따르면 21세기 말에는 페이스북에 망자의 계정이 50억 개가 넘을 수도 있다.

저자는 디지털 세계에서 추모와 보존의 의미를 되묻는다. 죽은 자의 시신을 더럽히는 행위는 어디서나 잘못된 것으로 여겨지는 것처럼, 망자에게도 권리가 있다. 이젠 망자의 데이터, 즉 또 다른 종류의 시신인 ‘디지털 시체’를 존중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할 때다.

‘디지털 시체’에 대한 모독은 무분별한 방치를 통해 이뤄진다. 통념과 달리 전자 데이터는 영구적이지 않다. 시간이 지나고 관리가 이뤄지지 않을수록 디스크는 손상되고 정보도 손실된다. 외만 교수는 데이터 저장의 무결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익 창출이 목적인 소셜미디어 회사가 망자의 정보를 유지하는 데 돈을 쓸 유인이 있을까?

앞서 2019년 트위터(지금의 X)는 6개월 이상 활동하지 않은 계정을 삭제하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사망한 사용자 계정의 데이터 손실 가능성을 우려한 망자 가족과 친구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트위터는 계획을 철회했다. 이후 이 회사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는 “몇 년 동안 활동이 전혀 없는 계정을 삭제하고 있다”며 최근 과거의 계획을 다시 추진 중이다.

사후에도 계정을 활성 상태로 유지하는 한 가지 방법은 다른 사람 혹은 무언가가 대신 계정을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다. 외만 교수는 무슬림을 위해 소셜미디어에 자동 기도 게시물을 올려주는 서비스가 이용자가 죽은 뒤에도 지속돼 망자의 계정에서 하루에 거의 200만 건의 기도 트윗을 생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외만 교수는 “수십 년 후 X에선 죽은 자들이 적어도 게시물의 양적인 측면에서 가장 큰 사회적 현상 중 하나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디지털 시체에 인공지능(AI)을 결합해 고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망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하는 앱도 등장했다. 기술을 통해 망자를 부활시키는 것이다. 외만 교수는 50년 내에 온라인 세계엔 자의식을 가진 죽은 자들, 즉 수백만 명의 ‘디지털 유령’이 살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물론 아직은 먼 미래의 이야기로 느껴진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진정한 의식을 갖춘 AI를 구축하는 방법을 아는 이가 없다. 그러나 일부 사람이 이미 이 가능성을 환영하고 있다는 사실은 앞으로 디지털 세계에서 죽은 자와의 관계 설정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한다. 소셜미디어 피드에서 죽은 자들이 살아 숨 쉬는 지금, 우리는 죽은 자의 두개골을 집에 보관한 고대인들과 많은 공통점을 갖게 됐다.

데이터 보존 문제는 망자에 대한 기억과 존중을 넘어 역사적 기록 유지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 소셜미디어 사이트는 경제적 인센티브 없이는 스스로를 역사적 데이터와 문화유산의 아카이브로 여기지 않는다. 한 인권단체는 2007~2020년 학대 문제와 관련해 기록한 소셜미디어 증거 중 11%가 이미 삭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저자는 데이터의 사후세계를 위해 새로운 종류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데이터 보존 및 관리를 위해 국가와 비정부기구, 민간 기업을 포함한 복수의 기관이 망자의 데이터를 감사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새로운 상상력으로 디지털 사후세계를 맞이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리=신연수 기자

이 글은 WSJ에 실린 스티븐 풀의 서평(2024년 5월 22일) ‘The Dilemma Of Digital Ghosts’를 번역·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