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생산과 소비, 투자가 일제히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활동의 세 축이 모두 뒷걸음질하는 ‘트리플 감소’가 나타난 건 지난해 7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수출 중심의 경기 회복세가 산업 전체로 확산하지 못하면서 생산과 소비, 투자 등 실물 경제 부문별로 온도 차가 뚜렷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5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산업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는 113.1(2020년=100)로 전월보다 0.7% 하락했다. 전산업생산지수는 지난 3월 2.3% 떨어진 뒤 4월에 1.2% 반등했으나 한 달 만에 다시 낮아졌다. 부문별로 보면 광공업에서 생산이 1.2% 감소했다. 광공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조업 생산이 1.1% 줄었다. 기계장비(-4.4%), 자동차(-3.1%), 1차 금속(-4.6%) 등에서 생산이 감소했다. 주력 업종인 반도체는 호조세가 이어졌다. 반도체 생산이 1.8% 늘어 2월 이후 석 달 만에 반등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0.5% 감소했다.
생산·소비·투자, 10개월 만에 '트리플 감소'…소비자 지갑 닫았다
재화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0.2% 줄었다. 두 달 연속 감소세다. 소매판매가 두 달 연속 줄어든 것은 작년 3∼4월 이후 1년여 만이다. 특히 소비 흐름을 엿볼 수 있는 서비스업 생산과 소매판매가 동반 감소한 것은 작년 4월 이후 1년1개월 만이다. 설비투자는 4.1% 줄어 석 달째 감소했고, 건설기성(불변)은 4.6% 줄었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생산은 기저효과로 마이너스를 보였으나 괜찮은 흐름”이라며 “다만 소비와 투자 등 지출은 이런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지수도 일제히 하락했다.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8.8로 전월보다 0.6포인트 내려갔다. 하락폭은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5월(-1.0포인트) 이후 48개월 만에 가장 크다.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100.5로 전월보다 0.1포인트 내렸다.

이날 산업활동 지표는 수출뿐만 아니라 내수도 살아나는 등 경기가 뚜렷한 회복세로 접어들었다는 정부의 최근 경기 진단과 대비된다. 기획재정부는 14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제조업·수출 호조세에 방한 관광객 증가, 서비스업 개선 등 내수 회복 조짐이 가세하고 있다”며 “경기 회복 흐름이 점차 확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재부는 지난달 부진한 지표를 기저효과에 따른 일시적 조정으로 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전산업생산은 4~5월 전체로 보면 보합 수준에 있다”며 “견조한 수출 호조세로 수출·제조업 중심의 경기 회복 기조가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재부는 내수는 수출보다 회복 속도가 더뎌 부문별로 온도 차가 있다고 인정했다. 최근 물가 둔화 흐름과 함께 여행 성수기 시즌에 진입하고 하반기 주요 기업의 장비 도입이 본격화하면 소비·투자 등 지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