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신세계그룹의 주류 계열사 신세계L&B가 제주소주를 물적분할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맥주, 위스키에 이어 정용진 회장이 공을 들여온 소주 사업도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김예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회장 주도로 지난 2016년 '제주 올레소주'를 190억 원에 인수했습니다.

신세계L&B를 통해 와인과 맥주를 유통하는 데 더해 소주 회사를 인수함으로써 주류시장 영역을 넓히겠다는 복안이었습니다.

이후 정 회장이 신제품 출시까지 직접 살핀 브랜드 '푸른밤'으로 국내 소주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다만 참이슬, 처음처럼 등 기존 제품군의 견고한 시장 지배력에 성장에 난항을 겪었습니다.

제주소주의 영업손실은 인수 첫해 19억원에서 2019년 140억 원대로 불어나며, 결국 사업을 접고 신세계L&B에 흡수 합병됐습니다.



신세계는 제주 공장을 수출용 과일소주 생산기지로 활용해 다시 소주 사업에 나섰지만, 올해 끝내 제주소주를 물적분할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회사 측은 "물적분할을 통해 제주소주 사업 활성화를 위한 외부 투자유치, 지분 매각, 전략적 제휴 등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동남아 수출용 과일소주를 생산하고 있는 제주 사업소를 유지할지, 향후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 없다"라는 입장입니다.

이번 분할 결정을 두고 매각을 위한 사전 점지 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간 신세계L&B는 맥주, 위스키 등 지지부진한 사업을 잇따라 정리해 왔습니다.

2022년 출시한 발포주 '레츠'는 2년 만에 단종을 결정했고, 올해 제주 증류소 설립을 통한 K-위스키 생산 계획도 철회했습니다.

종합주류기업을 노리며 공격적으로 주류 라인업을 확대했지만, 사업 특성상 시장 점유율 확대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신세계L&B는 기존 주력사업인 와인 유통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입니다.

다만, 지난해 엔데믹 이후 와인 소비 감소와 고물가 여파 등으로 와인 수요가 줄어든 점은 우려 요소입니다.

맥주, 위스키에 이어 소주 사업까지 손보고 나선 신세계L&B가 와인 수요 하락세를 이겨내고 실적 개선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한국경제TV 김예원입니다.

영상편집: 하현지, CG: 김미주


김예원기자
제주소주 분할…정용진 주류사업 구조조정 '속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