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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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비만 7조' 이 법안 통과되기만 하면…개미들 '들썩' [주가를 움직이는 법안]
태양광·풍력 발전 같은 재생에너지 확대는 더 이상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만의 아젠다가 아니다. 22대 국회 들어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기후환경 전문가로 4·10 총선 때 국민의힘에 영입돼 당선된 김소희 의원(비례)이 발의한 해상풍력 계획입지 및 산업육성 특별법(이하 해상풍력특별법) 제정안 대표적이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해상풍력 발전 입지를 확보하고,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는 게 핵심이다. 민주당도 21대 국회에서 유사한 취지의 풍력발전 보급 촉진 특별법 제정을 추진한 바 있다. 여야가 해상풍력 발전 확산을 위해 입지 확보와 행정 절차 간소화가 핵심이라는 인식을 함께 하고 있는 만큼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활발한 논의가 예상된다.

해상풍력 입지 선정에 정부 주도 '계획입지' 체제 도입

현재 민간 발전 사업자가 해상풍력 발전 사업을 추진하려면 '산 넘어 산'이다. 입지 발굴부터 각종 인·허가 획득, 전력 계통 연계 확보 등의 작업을 민간 사업자가 단계별로 추진해야 한다. 민간 사업자가 개별적으로 추진하기에는 허들이 높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 허들은 해상풍력 발전 확대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국내에서 해상풍력 발전 사업을 하려면 최대 29가지 법령에 따른 지자체 및 중앙정부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발전사업 허가를 얻더라도 이 가운데 25% 만이 송전 계약까지 확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렵사리 행정 절차를 마쳤다고 해도 끝이 아니다. 인근 지역 주민을 설득해야 한다. 이는 해상풍력 발전 확산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된다. 국내 한 연구진에 따르면 해상풍력 추진 과정에서 어업 보상 갈등 등으로 사업이 지연된 사례가 적지 않다. 그 결과 국내 해상풍력 설치량(0.13GW·2023년 누적 기준)이 태양광(23.9GW)의 0.5%에 불과하다. 상업 운전을 하는 국내 해상풍력발전단지는 제주(30MW)와 서남권(60MW), 영광(34.5MW) 정도에 그친다.

김 의원이 발의한 해상풍력특별법 제정안은 정부가 해상풍력 발전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우선 정부가 주도적으로 입지를 발굴하도록 했다. 이른바 '계획입지' 시스템을 도입해 정부가 예비 지구를 지정하고 기본 설계까지 수립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해상풍력 관련 사안을 심의·의결하는 국무총리 산하 해상풍력발전위원회와 이를 실무적으로 지원하는 해상풍력발전추진단을 산업통상자원부 내에 설치하는 내용이 담겼다.

해상풍력 입지 선정과 관련돼 있는 산업통상자원부는 물론 해양수산부와 국방부 등 유관 부처 장관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최대 29개의 관련 법률이 10여개 부처 소관으로 흩어져 있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광역 및 기초 지자체장은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민관협의회를 구성하도록 했다.

송전과 관련해서도 '일정 규모 이상의 발전지구에 대해서는 공동 접속 설비를 설치하라'는 요청을 산업부 장관이 송전 사업자에게 할 수 있도록 했다. 민간 사업자가 끙끙 앓으며 해결해야 했던 행정 절차 전반을 정부가 주도적으로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다. 김 의원은 "국가 탄소중립 실현과 해상풍력 보급 목표 실행, 해상풍력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기존 보급 방식과는 다른 획기적인 제도와 지원 방안 도입이 시급하다"고 제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2030년 14.3GW' 목표 달성 동력 될까...관련주 수혜 기대

제정안이 통과되면 민간 발전 사업자의 해상풍력 사업 진출이 현재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2030년까지 14.3GW 규모의 해상풍력 설비를 국내에 보급하는 게 목표다. 현재 누적 설비용량이 0.13GW 수준에 그치는 것을 고려하면 매우 도전적인 목표치다.

통상 1GW는 원전 한 기 설비 용량 수준으로, 해당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 단지를 건설하려면 5MW짜리 터빈이 달린 풍력 발전기 200개를 바다에 꽂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설비는 7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제정안이 통과돼 해상풍력 발전 확산에 속도가 붙으면 설비 관련 기업들의 주가에 호재가 될 전망이다. 풍력 타워와 해상풍력 하부 구조물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씨에스윈드와 해저 전력 케이블 시공·유지보수 사업을 하는 LS마린솔루션 등이 해당된다. 해상풍력 구조물 사업이 매출의 65%(1분기 기준)를 차지하는 SK오션플랜트도 수혜 가능성이 있다.

'여야 공감대 법안'...통과 의지가 관건

22대 국회에서 김 의원이 제정안을 발의했지만, 21대에서는 김한정 전 민주당 의원이 유사한 취지와 내용을 담은 '해상풍력 보급 활성화 특별법'을 발의한 바 있다. 같은 당 김원이 의원도 '풍력발전 보급촉진 특별법'을 발의했었다. 두 법안 모두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지만, 논의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김한정 의원안은 21대 국회 막바지에 고준위 방폐장법과 연계돼 처리될 것으로 예상됐다. 여당이 요구하는 고준위 방폐장법 처리를 야당이 수용하고, 야당은 해상풍력 특별법을 처리를 제안해 여야가 각각 원하는 법안을 함께 처리하는 방식이 예상됐다. 여당으로서는 원전 확대를 위한 고준위 방폐장법 처리가 절실했고, 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해상풍력 특별법 수용이 가능한 상황이었던 터라 여야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아닌 민주당 내에서 해상풍력 특별법 내용을 놓고 일부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2대 국회에서는 여야 모두 해상풍력 발전 확산에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 만큼, 통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무엇보다 21대 때 해당 법안을 발의했던 김원이 의원은 22대 국회에서 소관 상임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야당 간사가 됐다. 간사는 상임위 법안 상정과 관련해 상대 당과의 협상을 담당한다.

다만 일부 정부 부처와 지자체의 우려, 어업인 단체의 반발 등은 제정안 통과가 넘어야 할 산으로 꼽힌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