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선 TV 토론 참패에 유럽 동맹국 주요 언론도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다수 매체가 바이든 대통령이 토론에서 약한 모습을 표출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높였다고 지적했으며 일부는 사설을 통해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내려놔야 한다는 직설도 날렸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조 바이든은 대체 후보에 양보해야 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인터넷판 상단에 배치하고 "그의 가장 위대한 마지막 정치적 행동이 미국을 비상 상황에서 구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썼다.

이 매체는 "고통스러운 90여 분간 바이든 대통령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을 4년 더 맡기엔 너무 병약했다"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미국과 세계를 위해 지독한 운명을 피할 기회를 얻었으며 이를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설에서 "조 바이든은 도널드 트럼프를 물리쳐야 하는 임무를 완수하기에 너무 노쇠해 보였다"며 "이번 토론은 미국과 전 세계에 슬픈 광경"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번 토론이 "1960년 존 F 케네디를 상대로 한 리처드 닉슨의 진땀 나는 대결처럼 희망을 놓친 순간일 수 있다"고 짚었다.

신문은 "바이든 대통령은 고통스러운 선택에 직면했다"며 "물러서는 것이 품위 있고 정치가다운 움직일 수 있으며 민주주의 보전이라는 그의 넓은 정치적 목표를 달성할 최선의 방법이 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사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토론에서 "참혹한 퍼포먼스를 보였다"며 "토론 이후 바이든이 계속 후보로 남아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됐고, 그 대답은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의 후보 사퇴는 (민주당에) 불확실성을 가져오겠으나 진실을 말해야 한다"면서 "다양한 국제적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 민주주의 국가의 구성원은 개인적인 고려보다 공동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도 사설에서 "이번 토론에서 도출할 수 있는 결론은 단 하나, 바이든 대통령이 11월에 재선에 나서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프랑스계 미국 수필가인 루이 사르코지는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에 실은 기고문에서 민주당엔 "바이든을 11월까지 밀어붙일 것인가, 아니면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전면전을 시도할 것인가"라는 선택이 남아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일반적으로 당 지도부는 보수적이고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 하지만, 지금은 절박한 시기이며, 절박한 시기엔 절박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후보 교체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다른 유럽 국가 언론들도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토론 참패에 경악을 표시했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유럽 대륙의 주요 웹사이트가 통렬한 반응과 논평으로 넘쳐났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코리에레델라셀라는 바이든 대통령이 쉰 목소리로 혼란스럽게 행동했다고 혹평했다.

폴란드 오네트(Onet)는 분석 기사에서 "관전하기에 서글플 정도"였다면서 "그 정도 아수라장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트럼프가 자신의 승리 가능성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우크라이나, 나아가 폴란드에 나쁜 소식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스웨덴 방송 SVT는 바이든의 모습이 "거의 재앙"이었다고 했고 핀란드 Yle는 "재난"이었다고 평가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