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있고, 품격있게…신간 '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
동양에선 예부터 말을 잘하는 게 미덕이 아니었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기도 하지만 세 치 혀로 인해 줄초상 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구시화문(口是禍門), 즉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으로 여겨졌다.

반면 서양에선 논리적으로 말하는 '수사학'이 오래전부터 발달했다.

그리스 시대에는 '수사학'이 학교에서 가르치는 필수 과목 중 하나였다.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읽어보면 등장인물들이 얼마나 탁월한 수사법을 쓰는지 알 수 있다.

일개 외교관의 언변 수준이 말 잘하기로 소문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명연설과 자웅을 겨룰 만하니까 말이다.

책에는 오바마급으로 말 잘하는 인물들이 무수히 등장한다.

콜럼버스가 본격적으로 문을 연 '대항해 시대' 이후 서양은 전 세계 패권을 장악했고, 그 질서는 여전히 공고하다.

동양적 세계관보다 서양적 세계관이 우선하는, 즉 말의 미덕이 말의 악덕을 웃도는 시대가 된 것이다.

논리적으로 말하는 화술은 입사 시험이나 각종 입시에서 중요한 덕목이 됐고, 비즈니스 업계에서 설득의 기술을 체득하는 건 이제 필수로 자리매김했다.

자신감 있고, 품격있게…신간 '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
최근 개정판으로 재출간된 '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는 이처럼 말하기가 중요해진 시대에 자신감 있고, 기품있게 말하는 법을 소개하는 책이다.

방송인 유정아 씨가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간 서울대에서 진행한 '말하기 강의'를 책으로 엮었다.

2009년 출간된 책에 최근의 사례와 말하기 교육의 핵심 연구 결과를 넣어 보완했다.

저자는 말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말을 잘하기 위해 갖춰야 할 태도에 관해 소개한 후 '대화' '스피치' '토론' 등 각기 다른 상황에 따라 효과적으로 말하는 방법을 안내한다.

아울러 각기 다른 성향, 태도, 강점과 약점을 지닌 학생들을 대면하고, 그들의 심리를 분석하며 가장 잘 어울리는 말하기 방식을 찾아주는 과정도 담았다.

입사 면접 자기소개 스피치 핵심 노하우처럼 실용적인 지식도 전한다.

예를 들어 출신과 성장 배경은 간략하되 재미있고 뼈대가 잘 부각되게 말한 후 꿈을 실현하기 위해 이제까지 준비한 것과 앞으로 노력할 것들을 말하라고 저자는 권한다.

물론 일과 관련한 단점 중 치명적이지 않은 부분을 밝히고 극복 방안을 제시하는 것을 곁들이면 더 좋다는 말도 덧붙인다.

강점을 강조하되 극복할 수 있는 약점을 살짝 내비치는 전략인 셈이다.

이 밖에도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 타인과 소통할 때 적절한 수준에서 '심리적 화장'(psychological make-up)을 하는 법 등 다양한 말하기 노하우를 전한다.

문학동네. 304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