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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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은 30일 '팬덤 정치', '편 가르기 언어'로 얼룩진 한국 정치 현실을 비판하며, 톡 쏘는 사이다보다 생수 같은 정치, 얼음새꽃 같은 정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이날 민선 8기 2주년을 앞두고 본인의 페이스북 글에서 이같이 말하며 "한국 정치의 대세는 '파이터'다. 파이터가 다른 파이터를 때리고, 그 과정에서 팬덤이 생겨나고, 팬덤이 파이터를 다시 극단으로 몰아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며 "자질 부족, 비전 부실조차 한국 정치에선 이제 흠이 아니며 '싸움의 기술'이 유일한 덕목"이라고 말했다.
사진 출처=오세훈 시장 페이스북
사진 출처=오세훈 시장 페이스북
오 시장은 특히 야권의 '입법 독주', '일극 체제' 논란 등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과거 날치기는 큰 잘못으로 여겨졌고, 거짓말이 들통나면 당사자도 부끄러워하며 사과하고 책임지는 게 당연했다"며 "그러나 이제는 유죄판결을 받고도 태연히 선거에 나오고, 거짓이 탄로 나도 더욱 고개를 꼿꼿이 세우며, 정당을 일극 체제로 바꾸고도 무엇이 잘못이냐고 되묻는다. 이런 몰상식에 팬덤이 열광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은 현 세태를 '덕성(德性) 상실'의 시대로 규정했다.

그는 "공론의 장은 날카로운 언어로 가득 찼고, 편 가르기 언어는 너무나 보편화돼 상식처럼 느껴질 정도"라며 "유권자는 선거에서 내가 싫어하는 정치인을 가장 아프게 때려줄 정치인을 찾는다"고 적었다.

오 시장은 또 참모들이나 주변에서 '강성·사이다 발언'을 주문해 흔들릴 때가 있다면서도 "톡 쏘는 사이다보다, 밋밋해도 우리 몸에 필요한 생수 같은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 아직은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 시장은 정치적 이미지보다는 시민 일상의 행복에 도움 되는 일에 매진하며 더 '낮은 곳'으로 임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국 사회에 대해 "갈등의 골은 점점 더 깊어지고 인구는 줄고 경제 활력은 떨어지고 고급인재와 부유층은 조국을 떠나고 있다"며 "경제도 정치도 모두 얼어붙은 절망의 겨울이 도래한 듯하다"고 우려했다.

오 시장은 "북풍한설의 겨울을 버텨내고 얼음을 뚫고 피어나는 노오란 얼음새꽃이 있다. 가장 먼저 봄소식을 전하는 꽃이어서 소설과 박완서 선생은 얼음새꽃을 '따뜻한 위로'라고 했다"며 "임기 반환점을 돌아 3년 차를 막 시작하는 지금 얼음새꽃 같은 정치를 하겠노라 마음을 다진다"며 "저는 저의 길을 가겠다. 대세와 싸우는 파이터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