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의 적자를 악화시키는 주범으로는 ‘7대 비급여 항목’이 꼽힌다. 7대 비급여는 △물리치료 △비급여 주사제 △재판매 가능 치료재료 △하이푸 시술 △하지정맥류 △비밸브 재건술 △전립선 결찰술 등을 말한다.

지난해 삼성·메리츠·현대·KB 등 국내 4대 손해보험사가 지급한 7대 비급여 실손보험금은 1조8968억원에 달한다. 전년(1조6110억원)보다 17.6% 급증한 수치다.

항목별 비중을 보면 도수치료, 체외 충격파 등 물리치료가 1조2387억원으로 65.3%를 차지한다. 특히 도수치료의 실손보험 지급금이 많다. 도수치료는 손을 이용해 근골격계 질환 등을 치료하는 걸 말한다. 정형외과 전문의나 물리치료사가 주 3회 이내로 실시할 경우 등 보험금 지급 제한 조건이 있는 산재 및 자동차보험과 달리 실손보험에는 제한이 없다. 이렇다 보니 성형·미용치료가 도수치료로 둔갑하는 사례도 나타난다. 예컨대 서울 서초구 B성형외과는 성형수술을 한 뒤 일부를 도수치료 비용으로 둔갑시켜 허위 영수증을 발급하다가 적발됐다.

비타민 주사와 같은 비급여 주사제의 실손보험금 지급금도 최근 들어 증가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3836억원의 실손보험금이 지급됐는데 이는 전년(2296억원) 대비 67.1% 폭증한 규모다. 현행 실손보험은 상해 또는 질병 치료 목적에만 주사 치료를 보상한다. 하지만 일부 병원은 미용이나 건강 증진 목적의 주사제 처방을 ‘치료 목적’이라고 주장하며 과잉 처방을 하고 있다.

실손보험금을 노린 과잉 진료와 처방은 국민 건강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 예컨대 7대 비급여 중 하나인 전립선 결찰술은 비대해진 전립선으로 요도가 막혀 소변을 보지 못하는 환자에게 시행하는 고가의 시술이다. 이 시술은 합병증이나 부작용 등을 고려해 50세 이상에게만 시행하게 돼 있다. 하지만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40대 남성에게 시행하는 등 사용 대상을 벗어나 수술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비급여 진료의 ‘풍선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2022년까지 실손보험금 지급 상위 비급여 항목에 속했던 백내장 다초점렌즈 삽입술이 대법원 판결로 과잉 진료가 막히자 최근에는 비급여 주사제 항목으로 분류되는 ‘줄기세포 무릎주사’로 옮겨간 상황이다. 이 주사 치료는 환자의 엉덩이뼈에서 채취한 자가 골수를 원심 분리해 농축한 골수 줄기세포를 주사해 무릎 골관절염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무릎 골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치료법으로, 지난해 7월 보건복지부가 신의료기술로 인정했다. 신의료기술로 인정되면 치료비를 실손보험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 보험금 청구 건수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 이유다. 줄기세포 무릎주사의 비급여 실손보험금 지급액은 지난해 7월 1억2000만원에서 올해 1월 63억4000만원으로 50배 넘게 치솟았다.

실손보험이 의료기관의 ‘마르지 않는 꿀단지’가 되다 보니 병원과 환자를 연결해주는 브로커가 판을 치거나 보험 사기의 먹잇감이 되는 문제도 계속되고 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