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희의 광고마케팅 기상도] 광고산업 기초체력 키우려면
디지털 시대에 광고의 목적은 ‘널리 알리기’에서 ‘폭넓게 모이도록 하기’로 달라졌다. 광고산업은 국민의 일상생활과 국가 경제 활성화에 영향을 미치며 발전해 왔다. 광고가 없었다면 스마트폰이 그처럼 순식간에 온 국민의 필수품이 될 수 있었을까? 혁신적인 제품이 나왔다는 소식을 두 달 내내 알리는 언론 매체는 없지만, 광고에서는 같은 내용을 계속 알린다. 광고와 뉴스의 결정적 차이다. 그런데 기업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경제 대동맥인 광고산업의 기초체력은 부실하다. 한국 광고산업 규모는 2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지만, 산업을 체계적으로 발전시킬 기본법 하나 없는 게 현실이다. 광고산업에 관여하는 정부 부처도 네 개로 쪼개져 있다.

광고산업과 관련된 법령은 여럿으로 분산돼 있어 글로벌 산업으로 육성하기 쉽지 않았다. 50인 이하 중소사업자가 전체의 95%를 차지할 정도로 광고업계는 영세하다. 구글, 메타, 알리, 테무 같은 거대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 위주로 미디어 환경이 재편되자 광고 물량도 자연스럽게 이쪽으로 이동했고 플랫폼 광고비의 79% 이상이 해외로 빠져나갔다. 우리 광고비가 국내 미디어와 광고산업에 재투자되지 못하고 유출되는 걸 알면서도 지켜봐야 하는 현실이다. 어떤 산업이 발전하려면 규모에 적합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데도, 아직도 광고산업 기본법이 없어 법률에 의한 체계적인 정책 실현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광고의 취업 유발 효과는 문화 콘텐츠 산업 중 1위, 생산 유발 효과는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산업인데도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중소광고업계를 지원하고 거대 디지털 플랫폼 위주로 변화한 광고 생태계에 대응하기 위해 ‘광고산업진흥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2021년 12월 이 법안을 발의했던 김 의원이 22대 국회 개원에 맞춰 법안을 재발의한 이유는 광고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다. 2022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공청회를 진행하고 관련 부처 협의를 거쳤지만, 한 부처가 수정안에 대해 합의를 보류하며 논의가 중단돼 국회에 계류됐다가 올 5월 국회 마지막 회기 때 자동 폐기됐다. 광고 관련 법이 여러 분야에 있는데 굳이 법 제정이 필요하냐는 의견도 있겠지만, 그 법안들은 광고가 일부 조항에 곁다리로 껴 있는 수준이다. 광고산업진흥법은 광고를 독자적인 산업으로 육성하자는 기본법이므로 전혀 성격이 다르다.

광고산업진흥법은 △글로벌 시장 개척 △국내 벤처 스타트업의 초기 수익 보장 △디지털 시대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창의적 인재 양성 △신기술을 활용한 일자리 창출 △광고산업의 공정거래 질서 조성 △지속가능한 광고산업 생태계 구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선진국은 1960년대 이후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광고산업을 육성해왔다. 광고가 국민의 일상생활과 경제 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을 초월한다. 광고는 정치적 이념 논쟁에서 자유롭고 여야의 이해관계를 초월한다. 국회의원들도 선거 과정에서 정치 광고를 활용했을 것이다.

경제 대동맥인 광고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광고산업진흥법 제정 문제를 숙고하기를 촉구한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이번에는 기회를 놓치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