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연의 경영 오지랖] 리더에게 필요한 'AI 리터러시'
최근 모 대기업에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코파일럿 프로그램을 비롯해 몇 개의 최신 AI 소프트웨어가 보급됐다. 많은 직원이 기존에 하던 여러 반복적인 업무에서 해방됐다. 회의 요약하기, 이메일 핵심 내용 파악해 응답해주기 등의 업무를 프로그램을 통해 손쉽게 처리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심지어 보고서 초안 작성과 중급 개발자의 초벌 코딩 정도도 관련 내용이나 기술에 대한 약간의 이해만 있으면 쉽게 수행할 수 있다.

이 같은 변화는 거의 모든 기업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사실 스타트업 조직은 이런 변화를 먼저 받아들였다. 동네 인증 중고거래로 주목받은 한 플랫폼 업체는 생성형 AI가 도입되기 이전부터 다양한 자동화 툴과 AI 기술을 활용해 적은 인원으로도 매우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일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어느 1인 기업 대표가 “나는 요즘 여러 명의 전문가 임원, 즉 AI 재무이사, AI 마케팅최고책임자, AI 인사부장과 일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한 건 바로 자연어 처리 기술로 마치 옆에 유능한 사람을 두고 함께 일하는 것처럼 업무를 할 수 있게 된 현실을 잘 보여준다.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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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이 향상되고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는 건 당연히 조직을 이끄는 리더에게 좋은 일일 것이다. 그런데 그건 어디까지나 리더가 이런 변화를 인지하고 실제 업무의 변화 양상을 이해하며 변화된 상황에 맞게 조직을 관리할 수 있을 때다.

직원들이 쓰는 AI 툴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언제 어떤 소프트웨어를 써서 어떤 결과를 내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각 AI 소프트웨어가 가진 장단점은 무엇인지, 이를 활용해 업무를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알지 못해 ‘AI를 못 믿겠다’는 시대에 뒤떨어진 얘기를 하거나 ‘AI가 요새 잘 발달해 있으니 아무 문제 없겠지’라는 맹목적인 믿음에 기반한 위험한 얘기를 하게 될 것이다.

인사관리(HR) 전문가인 박형철 김앤장 매니지먼트앤피플센터 대표는 “리더들도 AI 리터러시로 무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어떤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까지 모두 알 필요는 없다. 다 알 수도 없다. 불과 몇 주 만에 새로운 이론이 나와 개발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는 게 AI 분야다. 하지만 최소한 직원들이 어떤 AI 툴을 쓰고, 각 AI 툴이 어떤 기능을 하며 성능은 어떤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변화한 업무 환경에서 어느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업무 배분은 어떻게 해야 하고 성과 평가와 보상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는 뜻이다.

대규모언어모델(LLM) 기반의 생성 AI가 많은 전문직과 사무직 일자리를 사라지게 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기도 했지만, 다수는 이를 좋은 도구로 활용하며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어쩌면 이 시대에 가장 위험한 일자리는 다름 아닌 기업이나 조직의 리더 자리일 수 있다.

고승연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