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러외교, 긴 호흡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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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구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기고] 대러외교, 긴 호흡이 필요하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406/07.37198331.1.jpg)
유엔 대북 제재를 무시하는 이런 러시아의 행동에 한국 정부는 새로운 독자 제재 발표, 수출 통제 품목 추가 지정과 함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재검토로 대응하고 나섰다. 향후 북·러 밀착 정도에 따라 최고 수준의 보복 가능성을 열어놓고 단계적으로 대응해나가는 것은 당연하다.
중국이 북·러 군사동맹에 부정적 인식을 가질 가능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북·러 밀착은 서방국에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위협으로 간주되고, 이는 곧 한·미·일 공조를 더욱 강화시킬 가능성이 있어 중국에는 위험 요인이 된다. 중국과의 소통 강화는 북·러 밀착을 막는 외교 수단이 될 수 있다.
러시아와 수교한 이후 34년간 역대 한국 정부가 추진해온 북방정책의 외교적 자산은 적지 않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서 많은 경제협력 의제가 논의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내용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지난 30여 년간 축적된 한·러 경제협력 성과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전쟁이 끝나면 기술과 자본을 가진 한국과의 경제 협력이 절실하다는 사실을 러시아도 잘 이해하고 있다.
일부 제동이 걸린 학술, 문화, 예술 교류를 지속해야 하고 민간 영역의 교류도 차차 활성화해야 한다. 한·러 간 일부 노선 직항 재개와 입국 시 전자여행허가(K-ETA) 절차 간소화는 민간 교류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러시아가 한국에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국가임은 부연할 필요가 없다. 북·중·러 대 한·미·일의 신냉전 구도가 구조화되고 한국이 그 일선에 서게 되는 일이 없도록 현명한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