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 대형주를 활발하게 매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밸류업, 전력, 반도체, 화장품 등이 관심을 받으면서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 손바뀜도 자주 일어났다. 코스닥시장은 뒷전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2차전지, 바이오 중심인 코스닥시장에서 중소형주 매매가 줄어들면서 활력을 잃었다는 평가다. 하반기에도 두 시장의 온도 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관심 멀어진 코스닥시장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월 유가증권시장의 월간 상장주식 회전율은 19.54%로 집계됐다. 지난 1월 19.55%를 기록한 뒤 매달 16% 전후를 오가다 연초 수준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시장에선 1월 50.71%를 기록한 상장주식 회전율이 6월엔 30.2%로 떨어졌다. 2017년 10월 이후 가장 낮다. 두 시장의 회전율 격차는 연초 31.16%포인트에서 10.66%포인트로 좁혀졌다. 올 들어 최소치다.
거래대금 늘어난 코스피…코스닥은 찬바람 쌩쌩
회전율은 일정 기간 거래된 주식 수를 전체 상장 주식 수로 나눈 값이다. 주식시장의 손바뀜 정도를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다. 수치가 100%라고 하면 모든 상장주식이 한 번씩 주인이 바뀌었다는 의미다. 통상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시가총액이 크고, 장기 투자자도 많기 때문에 두 시장의 회전율 격차는 쉽게 줄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유가증권시장 종목으로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코스닥시장과 격차가 크게 축소됐다는 분석이다.

거래대금 추이도 마찬가지다.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1월 195조2469억원에서 꾸준히 우상향해 6월 246조3350억원까지 증가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20일 올해 처음으로 2800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은 230조9147억원에서 167조527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에코프로 등 2차전지 관련주가 관심을 받으며 월간 거래대금이 최대 280조2401억원까지 치솟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코스닥지수는 최근 840선도 위협받고 있다.

“하반기에도 대형주가 간다”

유가증권시장엔 상반기 투자자 이목을 끈 호재가 많았다. 1월 17일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발표가 분기점이었다. 3월 중순까지 밸류업 기대가 높아지면서 약 두 달간 현대차(33.94%) 기아(42.21%) KB금융(53.01%) 신한지주(33.93%) 등이 크게 올랐다.

전력주, 식음료, 화장품 등 수출주도 힘을 냈다. 올 들어 HD현대일렉트릭(277.13%), 삼양식품(209.72%) 등은 주가가 세 배 넘게 뛰기도 했다.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역대급 순매수 행진을 벌이며 관심의 불을 지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순매수세와 코스피지수 방향성 상관계수는 83%”라며 “외국인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스닥시장은 조명을 받지 못했다. 2차전지 업황 악화의 영향이 예상보다 컸다. 지난해 거래대금 증가의 주역인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의 6월 거래대금은 각각 2조6626억원, 2조6467억원이었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3.36%, 79.26% 급감했다. 바이오업종에선 알테오젠이 급부상했지만 HLB그룹주가 신약 품목 허가 불발로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다. HLB 주가는 연고점 대비 반토막 났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제한, 신규 상장 종목 감소로 바이오 상장사들 사이에서도 수익률과 관심도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두 시장 분위기는 더 엇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을 주도한 대형주 전망이 여전히 밝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도 금융과 소비재, 반도체주에 집중해야 한다”며 “주가수익비율(PER)이 장기간 할인됐던 자동차주도 다시 주목해볼 만하다”고 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