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피 만져보세요"…실험·도전정신 빛난 '괴짜 골퍼' 디섐보 [강혜원의 골프플래닛]
최근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서 우승한 브라이슨 디섐보(31·미국·사진)에게는 늘 ‘괴짜’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실험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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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스윙은 기존 스윙과는 꽤 다르다. 어드레스부터 백스윙 톱 피니시까지 클럽 헤드가 지나간 길이 하나의 평평한 면을 그리는 원 플레인 스윙을 하는데, 멋져 보이는 스윙과는 거리가 있다.

클럽 구성도 남다르다. 아이언은 모두 길이가 같고 손과 손목을 과도하게 쓰지 않기 위해 매우 두꺼운 그립을 사용한다. 그가 쓰는 아이언의 클럽페이스는 일직선이 아니라 약간 커브가 있다. 사이드 스핀을 줄이기 위해 3차원(3D) 프린터로 따로 제작했다. 또 많은 선수가 세 개의 웨지를 사용하는데 그는 네 개의 웨지를 골프백에 꽂고 다닌다.

그의 행보는 늘 골프계에서 새로운 바람을 불러왔다. 4년 전 그는 체중을 120㎏으로 늘리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두 시즌 연속 드라이버 비거리 1위, 2020년 첫 US오픈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는 골프계 전체에 몸을 키우고 볼 스피드를 높이는 바람을 불러왔다. LIV골프에도 가장 먼저 합류했다. LIV는 커트 탈락 없이 54홀로 진행돼 선수들의 경기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디섐보는 올해 마스터스 대회 공동 6위를 하고 PGA 챔피언십 준우승에 이어 US오픈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실력을 입증했다.

이번 우승을 통해 디섐보는 다시 한번 뜨거운 선수로 떠올랐다. 3라운드 뒤 연습을 마친 그를 늦게까지 기다린 모든 어린이와 사진을 찍고 사인을 선물했다. 특히 US오픈 우승 직후 그를 기다린 팬들에게 다가가 트로피를 만져볼 기회를 줬다. 트로피를 팬들과 공유하는 모습은 어떤 대회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다. 극단적인 변화를 꺼리지 않기에 의심도 많이 받는 디섐보는 지금도 골프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강혜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