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해외 빅테크들이 ‘슈퍼이지 인공지능(AI)’이라는 슬로건을 내걸면서 국내 업체의 설 자리가 좁아지는 모양새다. 최근 등장한 빅테크의 AI 서비스는 한국어를 지원하고 사용하기도 간편하다. 기능이 비슷한 국내 서비스보다 나은 사례가 많다. 국내 서비스를 고집할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쉬운 AI' 무장한 빅테크…토종 AI는 위기

위태로운 국내 AI 서비스

30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7월 24일 AI 프로필 사진 서비스 ‘칼로 AI 프로필’을 종료한다. 지난해 11월 서비스를 출시한 지 약 8개월 만이다. 칼로 AI 프로필은 생성형 AI가 이용자 사진을 기반으로 여러 콘셉트의 프로필 사진을 만들어주는 서비스다. 카카오는 “새로운 AI 서비스 방향성에 맞게 재정비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빅테크의 이미지 생성 AI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픈AI 챗GPT, 마이크로소프트(MS) 코파일럿 등 주요 빅테크의 AI 챗봇 서비스에서도 간단한 텍스트만으로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다른 AI 서비스도 해외 빅테크에 쫓기는 신세다. 네이버는 지난해 9월 AI 검색 서비스 ‘큐:’를 선보였다. 네이버의 주요 서비스인 검색에 생성 AI를 적용했지만 시장 반응은 미미하다. 오히려 국내 시장에서 구글과의 검색 엔진 점유율 차이는 점점 줄고 었다. 웹사이트 분석 업체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국내 검색 엔진 시장에서 네이버와 구글의 점유율 차이는 작년 12월 31%포인트에서 지난 5월 21%포인트로 줄었다.

해외 스타트업의 공세도 거세졌다. 미국의 AI 검색 엔진 스타트업 퍼플렉시티는 3월 한국어를 공식적으로 지원하며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6월 13일에는 SK텔레콤과 손잡고 한국어 검색 성능을 개선한다고 발표했다. 퍼플렉시티는 생성 AI 검색 시장의 대표 기업으로 떠오르는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5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발표한 ‘챗봇 사용성 평가’에서 챗GPT, 제미나이 등을 제치고 종합 1위를 차지했다.

AI가 시장 장벽 허문다

한국 IT 기업은 그동안 국내 시장 ‘맞춤형’ 서비스로 경쟁해왔다. 서비스 기획 초기부터 한국 이용자 특성을 고려해 국내 시장에서 강점을 지녔다. 검색 엔진이 대표적이다. 네이버를 비롯한 국내 포털 기업은 맛집 같은 지역 정보, 블로그·카페 등 국내 커뮤니티 기반의 정보와 같이 해외 검색 엔진에서는 얻기 어려운 정보를 제공하는 데 집중했다.

전문가들은 성능이 좋은 해외 AI 서비스와 한국 시장 맞춤형 AI 서비스를 두고 국내 이용자는 선택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지적한다. 뛰어난 AI 모델 기반 해외 서비스는 한국어와 한국 지역 서비스 수준도 높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국내 IT 기업이 한국인 맞춤 서비스로 공략했지만 이제는 그것만으로는 쉽지 않다”며 “해외 AI 모델은 방대한 데이터를 습득하고 검색 능력까지 갖추고 있어 과거보다 언어와 문화 등의 장벽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은 여전히 한국 시장 맞춤형 서비스 전략을 고수한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이제는 (AI가) 사용자에게 의미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임으로 넘어갔다”며 “연내 카카오다운 AI 서비스를 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네이버 역시 자체 대규모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의 한국어 능력을 해외 AI 모델과 비교하며 소버린AI(자주적 AI)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