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30일 공개한 ‘뉴 SK’의 사업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인공지능(AI) 분야는 강화하고 열매를 따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한 그린(친환경), 석유화학, 바이오 부문은 속도 조절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지난 몇 달간 시장의 관심이 쏠린 분야는 후자였다. 계열사 간 합병, 지분 매각, 자회사 정리 등 SK그룹의 사업 리밸런싱 대상이 그린, 석유화학, 바이오 분야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SK 관계자는 “지난 28~29일 열린 경영전략회의에 참석한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도 그린, 배터리, 바이오 사업은 시장이 성숙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사업 재편의 일환으로 SK이노베이션과 SK E&S를 합치는 방안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자회사 SK온의 배터리사업을 돕느라 재무구조가 악화한 만큼 우량기업인 SK E&S와의 합병을 통해 ‘실탄’을 장착해줄 것이란 얘기다.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도 마찬가지 이유로 산업용 가스를 생산하는 SK머티리얼즈의 자회사 일부와 ‘한 몸’이 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계열사 간 중복 투자도 조정 대상에 오른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중복 투자 사례로 지적한 수소사업 등이 대상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셀(SK온), 동박(SK넥실리스), 분리막(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으로 연결되는 배터리 포트폴리오의 조정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SK 계열사들이 경쟁적으로 신규 사업에 투자하느라 본업 경쟁력은 오히려 떨어졌다고 최 의장이 지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규/김우섭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