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보호’ 등을 이유로 10여 년간 재개발이 막혔던 서울 종로구 사직2구역이 최근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언덕길 옆으로 저층 노후주택, 판자촌이 무질서하게 들어서 있다.  /최혁 기자
‘문화재 보호’ 등을 이유로 10여 년간 재개발이 막혔던 서울 종로구 사직2구역이 최근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언덕길 옆으로 저층 노후주택, 판자촌이 무질서하게 들어서 있다. /최혁 기자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과 광화문 사이 사직터널 남쪽으로 옥탑방, 노후 주택이 몰린 달동네가 있다. 서울시가 박원순 시장 때 ‘문화재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워 10여 년간 재개발을 막은 종로구 사직2구역이다. 도시재생 사업으로 담벼락에 벽화를 그려 넣은 종로구 창신2동과 숭인1동 일대는 도로, 주차장 등 기반시설 정비 없이 노후 빌라촌만 남았다.

이들 도심 인근 달동네에 다시 활기가 돌고 있다. 사직2구역은 서울시와 재개발 정비계획 사전 협의를 마치고 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창신·숭인은 2013년 재개발 구역 해제 이후 10여 년 만에 재지정을 앞두고 있다. 서울시가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불필요한 도시 규제를 걷어낸 게 개발의 출발점이다.

◆사직2구역, 재개발 ‘탄력’

30일 업계에 따르면 사직2구역 재개발조합은 최근 조합원에게 서울시 도시재창조과와 사전 협의를 마친 정비계획 변경안을 문자로 안내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사직동 311의 10 일대 사직2구역(3만529㎡)은 지하 5층~지상 최고 13층, 579가구(공공임대 95가구)로 탈바꿈한다. 용적률을 당초보다 40%포인트 올린 216%를 적용한다. 층수를 1개 층 올리고 가구 수도 120가구 늘렸다. 조합은 설계안 조정 후 오는 8월 조합 총회에서 정비계획 변경안을 투표에 부칠 계획이다.
'잃어버린 10년' 딛고…서울 달동네, 아파트촌 대변신
사직2구역은 문화재 보호를 이유로 서울시가 정비구역 직권 해제라는 초강수를 둬 10여 년 가까이 표류해온 사업지다. 2013년 조합이 가구 수를 소폭 늘리기 위해 사업시행계획 변경 인가를 신청하자 당시 박 시장이 돌연 사업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게 발단이었다. “보존사업을 계획 중인 한양성곽이 구역 근처”라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2015년 국민권익위원회와 감사원이, 2016년에는 행정법원이 서울시의 부작위(일부러 하지 않음)에 대해 위법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2017년 서울시와 종로구는 이곳을 정비구역에서 해제하고 조합설립 인가를 취소했다. 조합은 “정비구역 해제 조치에 위법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해 2019년 최종 승소했다.

2021년 오세훈 시장이 취임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조합은 최근 서울시와 정비계획 변경을 위한 사전 협의를 마무리 지었다. 선교사 건물은 2년간 독립운동가 이회영 기념관으로 사용한 후 철거하기로 했다. 이곳은 경희궁과 맞닿아 있어 경관 보호를 목적으로 높이 제한이 걸려 있다. 조합은 경관 시뮬레이션을 통해 경희궁에서 보이지 않는 구간의 층수를 높이자고 제안해 서울시가 이를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벽화 사업’ 창신·숭인, 28층 아파트로

지하철 1·6호선 동묘앞역 인근 창신동 23, 숭인동 56 일대(10만4853㎡)는 이달 열릴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 재개발 정비계획을 다룰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주민에게 공개된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창신동 23 일대(6만2926㎡)는 최고 28층, 1038가구가 들어선다. 숭인동 56 일대(4만1904㎡)는 최고 26층, 974가구의 아파트 단지로 변모한다.

창신·숭인 일대는 2007년 뉴타운으로 지정된 뒤 2013년 해제됐다. 이듬해 박 전 시장의 역점사업인 도시재생 선도 사업지로 결정됐다. 구역 내 높낮이 차가 최대 70m에 달하고 30년 이상 노후 건축물 비중이 90%를 넘는다. 서울시는 노후 상하수도 교체, 벽화 사업 등 보존에만 초점을 맞췄다. 2022년 이곳이 오 시장의 역점사업인 신속통합기획 1차 대상지로 선정됐다. 서울시는 급경사지인 점을 고려해 내·외부를 오가는 입체보행로와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예정이다.

박진우/한명현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