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이 한동훈 후보를 일제히 겨냥하고 나선 가운데 각자 지지율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나경원 후보(왼쪽부터)는 30일 서울 광장시장에서 시민들을 만났고, 원희룡·윤상현 후보는 국회에서 각각 일정을 소화했다. 한 후보가 지난 29일 연평해전 22주년 승전 기념식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뉴스1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이 한동훈 후보를 일제히 겨냥하고 나선 가운데 각자 지지율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나경원 후보(왼쪽부터)는 30일 서울 광장시장에서 시민들을 만났고, 원희룡·윤상현 후보는 국회에서 각각 일정을 소화했다. 한 후보가 지난 29일 연평해전 22주년 승전 기념식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뉴스1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권주자들이 한동훈 후보(전 비상대책위원장)를 향해 일제히 ‘배신의 정치’라는 키워드를 꺼내 들었다.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이 당정 관계를 흔들고 보수 정치권을 분열시킬 것이라는 논리다. 한 후보는 “‘공한증’(恐韓症·한동훈에 대한 공포 증세)이자 협박의 정치”라며 맞받았다. ‘어대한’(어차피 당 대표는 한동훈) 기류에 맞선 ‘반한 연대’의 협공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원희룡·나경원·윤상현 후보는 한 후보가 제3자가 특검을 추천하는 해병대원 특검법을 추진할 수 있다고 한 발언 등을 배신이라고 직격했다. 원 후보는 지난 2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을 20년 동안 키웠던 인간관계(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하루아침에 배신해도 되느냐. 그렇지 않다”며 “여당은 대통령이 있기 때문에 여당”이라고 말했다. 나 후보도 같은 날 “특정인에 대한 배신이 국민을 위한 배신이 아니라 사익을 위한 배신이라면 그것은 다른 차원”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윤 후보도 “절윤(絶尹·윤 대통령과의 단절)이 된 배신의 정치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배신의 정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신의 비서실장이던 유승민 전 의원을 겨냥해 한 말이다. 보수 진영에선 박 전 대통령 탄핵과 계파 분열을 연상시키는 민감한 단어다. 이 키워드가 다시 등장한 건 윤 대통령과 한 후보 간 불편한 관계를 부각해 한동훈 대세론을 흔들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국갤럽이 지난 25~27일 국민의힘 지지자를 상대로 당 대표 후보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한 후보가 55%로 가장 우세했고, 원희룡(19%) 나경원(14%) 윤상현(3%) 후보 순이었다.

한 후보 측은 ‘공한증’이라는 키워드로 반격에 나섰다. 한 후보 캠프의 정광재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당원과 국민에 대한 협박 정치이자 공포 마케팅”이라며 “아무리 공한증에 시달린다고 해도 협박과 분열의 정치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후보야말로 정부에 대한 부당한 공격을 가장 잘 막아낼 수 있다”며 “상대를 향해 어떻게든 씌우려는 악의적 배신 프레임은 분명 당원과 국민의 심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주자들은 즉각 역공을 퍼부었다. 나 후보 측 김민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공한증의 다른 이름은 보수 분열에 대한 공포”라며 “대통령은 안전한가. 국민의힘은 통합될 수 있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당원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내쳤던 장면을 잊지 못했다. 한(韓) 개인의 적개심이 우리 보수의 아픈 역사를 되돌리는 것은 아닌지, 보수를 사랑하는 당원과 국민은 두렵다”고 했다.

원 후보도 SNS에 “공한증 맞다. 어둡고 험한 길을 가는데, 길도 제대로 모르는 초보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을까 무섭고 두렵다”고 했다. 그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후보에게는 세 가지가 없다”며 “첫 번째로는 소통이 없다. 두 번째로는 신뢰가 없다. 세 번째로는 경험이 없다”고도 했다.

당권 레이스가 가열되면서 한 후보를 향한 맹공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여권의 시각이다. 만약 전당대회 1차 투표에서 한 후보가 과반을 득표하지 못하면 결선 투표를 다시 치러야 한다. 이 경우 다른 후보들이 연대를 통해 한 후보의 당선을 저지할 가능성이 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