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중앙은행 뒤를 이을 타자가 필요하다
중앙은행은 이번 세대에서 가장 급격한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중앙은행은 개인과 기업의 구매력을 보호하기 위해 나섰다. 아직 물가 안정을 위한 마지막 구간이 남았지만, 끝이 멀지 않았다. 인플레이션은 물가 상승에 대비할 능력이 취약한 사람에게 큰 피해를 준다. 끝이 보이지 않는 생활비 급증을 해결하기 위해 개입이 필요했다. 물가 안정을 위해 중앙은행들은 수십 년 만에 가장 크고 동시다발적인 글로벌 통화 긴축에 나섰다.

이번 긴축 사이클은 정치권으로부터 독립된 기관이 물가 안정의 파수꾼 역할을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줬다. 중앙은행과 정부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는 정책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됐다.

물론 무역 회복과 원자재 가격 하락 같은 대외 여건이 물가 둔화에 기여했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신속하고 결단력 있는 결정이 아니었다면 물가 안정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에서 성장과 고용에 심각한 타격이 있었을 것이다.

아직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를 늦출 때가 아니다. 어느 경기든 마지막 몇 분 사이 역전이 벌어질 수 있다. 따라서 중앙은행은 현재의 올바른 경로를 유지해야 한다.

이런 인플레이션 문제는 중앙은행의 정책을 시험에 들게 한 일련의 사건 중 가장 최근의 것일 뿐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최근 연례경제보고서를 통해 이번 세기의 주요 금융위기 및 코로나19로 인한 전례 없는 세계 경제의 충격에 어떤 정책적 대응이 있었는지 살펴봤다.

BIS 분석에 따르면 지난 25년의 경험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은 통화정책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기간 통화정책은 그 힘을 증명했다. 중앙은행이 전력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긴급 조치를 취하면 금융 시스템을 안정화할 수 있었다. 기업과 가계로의 신용 흐름을 지원하고, 경제가 급격한 침체에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중앙은행이 물가 안정뿐 아니라 금융 안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주체라는 것을 배웠다.

하지만 이와 함께 통화정책이 물가를 미세 조정할 수 없다는 교훈도 얻었다. 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의 목표치를 소폭 밑돌 경우에는 중앙은행의 조치가 영향을 주지 못하거나, 역효과를 내기도 했다. 인플레이션 목표는 ‘집착’이 아니라 ‘지침’이 돼야 한다.

과도하게 낮은 물가를 끌어 올리기 위한 목적의 통화완화 정책은 지속할수록 효과가 떨어진다. 원치 않는 부작용도 낳을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부채의 누적, 시장과 투자에 대한 왜곡 등이다.

마지막 교훈은 중앙은행 혼자서는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번영을 가져올 수 없다는 점이다. 더 밝은 미래를 위해서는 정책 입안자, 특히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혜택을 보기 위해서 정부는 예산을 건전하게 운영하는 쪽으로 서둘러 전환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공공부채 증가를 억제하고 금리가 팬데믹 이전의 매우 낮은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받아들여야 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생활 수준을 지속해서 높이고, 국민에게 안정감을 주기 위한 구조개혁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경쟁을 촉진하고, 유연성을 높이고, 혁신을 자극할 수 있는 지속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희소한 공공자금은 인공지능(AI) 같은 기술 발전과 기후 변화 등 새로운 현실에 경제가 적응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 사용돼야 한다. 탄탄한 기반이 있어야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