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포럼'의 배신…WSJ "성·인종차별 만연"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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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80대 슈바프 회장, 50세 이상 직원들 해고 지시"
'글로벌 성 격차 보고서' 발행기관인데…임신 출산직원에 불이익
다보스 등 포럼 VIP들의 성희롱도 만연
슈바프 회장, 보도 임박하자 "집행의장직에서 물러나겠다"
WEF "부정확하고 근거 없는 추측보도.. 명예훼손" 반박
'글로벌 성 격차 보고서' 발행기관인데…임신 출산직원에 불이익
다보스 등 포럼 VIP들의 성희롱도 만연
슈바프 회장, 보도 임박하자 "집행의장직에서 물러나겠다"
WEF "부정확하고 근거 없는 추측보도.. 명예훼손" 반박
전 세계 정치 및 경제계 고위인사들의 모임인 '다보스포럼'을 주최하는 세계경제포럼(WEF)의 조직 내부에서 성희롱과 인종차별 등이 수시로 벌어졌으며 고위 경영진의 부적절한 행동이 만연했으나 적절한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 보도했다.
전직 직원들은 WEF가 공개적으로 주창하는 가치와 내부 관행 사이에 심각한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WSJ에 따르면 포럼 창립자인 클라우스 슈바프 WEF 회장은 수년 전 "조직을 더 젊게 만들어야 한다"며 인사담당자에게 50세 이상 직원들이 있는 그룹을 지목한 후 이들을 모두 해고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슈바프 회장은 80대였다. 세계은행 출신 인사담당자인 파올로 갈로가 이를 거부하자 슈바프 회장은 그를 해고했다고 WSJ는 설명했다.
WSJ는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시기에 근무한 80명 이상의 전현직 임직원을 인터뷰했다. 이 과정에서 최소 6명 이상의 여성이 임신이나 출산을 이유로 해고당하거나 경력에 타격을 입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WEF는 '글로벌 성 격차 보고서'를 발행하는 조직이다.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던 토파즈 스미스는 쌍둥이를 출산한 후 복귀 일주일 전에 자신의 역할이 없어졌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WSJ에 "(WEF가) 심리적으로 폭력적인 기관"이라고 비판했다.
인종차별도 있었다. 흑인 직원들은 승진이나 다보스 행사에서 배제되곤 했다. 제네바에서 일하며 흑인 직원 그룹을 이끌던 킴벌리 베넷은 인사팀에 (여러 구성원이 있었음에도) 유럽 출신 백인만 골라서 다보스 팀을 꾸렸다는 점을 지적하는 메일을 보냈다. 백인인 포럼 관리자들이 흑인 직원들을 이른바 'N-워드'를 넣어 지칭했지만 적절한 인사조치를 받지 않기도 했다.
1971년 이 포럼을 창립한 슈바프 회장에 관한 민감한 내용도 기사에 일부 포함됐다. WSJ는 슈바프와 함께 일한 세 명의 여직원을 인용해 그가 부적절한 언행을 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슈바프는 '매력적인 사람들'을 고용하는 것을 좋아했고 다보스의 연례 행사에 이들을 배치했다고 WSJ는 밝혔다. 젊은 직원들은 참석자들에게 성적인 제안을 받는 일이 흔했다. 포럼 경영진이었으며 미국 에너지부에서 근무한 셰릴 마틴은 "가장 실망스러운 점은 포럼이 지향하는 것과 실제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 사이의 간극이었다"고 WSJ에 말했다. 10년 가까이 포럼에서 일하다 2022년 퇴직한 티파니 하트는 WSJ에 "우리는 우리가 하는 말을 실천하지 않았다"고 했다.
국제 조직인 WEF는 가족기업이기도 하다. 포럼 내규에는 슈바프나 그의 직계 가족 중 최소 한 명이 이사회에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WEF는 WSJ 측에 해당자들이 저성과자였거나 구조조정 대상이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슈바프 회장은 지난 5월21일 집행의장직에서 물러나 이사회비상임 의장으로 남을 것이라고 직원들에게 밝혔다고 WSJ는 전했다. WSJ의 보도가 가시화된 시점이었다. WEF 측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WEF는 30일 홈페이지에 게재한 반박문을 통해 "중대한 부정확성과 근거 없는 추측을 담은 기사"라고 주장했다. WEF의 얀 조프 대변인은 WSJ의 기사가 "우리 조직, 문화, 동료들, 그리고 우리의 창립자를 잘못 묘사했다"고 말했다. 또 "우리의 가치는 우리의 업무와 직장 문화에 반영되며, 90개 이상의 국가에서 온 다양한 팀이 우리의 성공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가 설정한 높은 기준은 명확한 원칙, 모든 형태의 괴롭힘과 차별에 대한 무관용 정책, 모든 직원 대상 의무 교육, 기밀 보고 채널 및 철저한 조사 과정을 포함하는 체계에 의해 뒷받침된다"고 WEF는 덧붙였다. 아울러 "지난 50년 동안 우리와 함께 일한 3500명 중 WSJ는 소수만을 만났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전직 직원들은 WEF가 공개적으로 주창하는 가치와 내부 관행 사이에 심각한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WSJ에 따르면 포럼 창립자인 클라우스 슈바프 WEF 회장은 수년 전 "조직을 더 젊게 만들어야 한다"며 인사담당자에게 50세 이상 직원들이 있는 그룹을 지목한 후 이들을 모두 해고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슈바프 회장은 80대였다. 세계은행 출신 인사담당자인 파올로 갈로가 이를 거부하자 슈바프 회장은 그를 해고했다고 WSJ는 설명했다.
WSJ는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시기에 근무한 80명 이상의 전현직 임직원을 인터뷰했다. 이 과정에서 최소 6명 이상의 여성이 임신이나 출산을 이유로 해고당하거나 경력에 타격을 입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WEF는 '글로벌 성 격차 보고서'를 발행하는 조직이다.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던 토파즈 스미스는 쌍둥이를 출산한 후 복귀 일주일 전에 자신의 역할이 없어졌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WSJ에 "(WEF가) 심리적으로 폭력적인 기관"이라고 비판했다.
인종차별도 있었다. 흑인 직원들은 승진이나 다보스 행사에서 배제되곤 했다. 제네바에서 일하며 흑인 직원 그룹을 이끌던 킴벌리 베넷은 인사팀에 (여러 구성원이 있었음에도) 유럽 출신 백인만 골라서 다보스 팀을 꾸렸다는 점을 지적하는 메일을 보냈다. 백인인 포럼 관리자들이 흑인 직원들을 이른바 'N-워드'를 넣어 지칭했지만 적절한 인사조치를 받지 않기도 했다.
1971년 이 포럼을 창립한 슈바프 회장에 관한 민감한 내용도 기사에 일부 포함됐다. WSJ는 슈바프와 함께 일한 세 명의 여직원을 인용해 그가 부적절한 언행을 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슈바프는 '매력적인 사람들'을 고용하는 것을 좋아했고 다보스의 연례 행사에 이들을 배치했다고 WSJ는 밝혔다. 젊은 직원들은 참석자들에게 성적인 제안을 받는 일이 흔했다. 포럼 경영진이었으며 미국 에너지부에서 근무한 셰릴 마틴은 "가장 실망스러운 점은 포럼이 지향하는 것과 실제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 사이의 간극이었다"고 WSJ에 말했다. 10년 가까이 포럼에서 일하다 2022년 퇴직한 티파니 하트는 WSJ에 "우리는 우리가 하는 말을 실천하지 않았다"고 했다.
국제 조직인 WEF는 가족기업이기도 하다. 포럼 내규에는 슈바프나 그의 직계 가족 중 최소 한 명이 이사회에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WEF는 WSJ 측에 해당자들이 저성과자였거나 구조조정 대상이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슈바프 회장은 지난 5월21일 집행의장직에서 물러나 이사회비상임 의장으로 남을 것이라고 직원들에게 밝혔다고 WSJ는 전했다. WSJ의 보도가 가시화된 시점이었다. WEF 측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WEF는 30일 홈페이지에 게재한 반박문을 통해 "중대한 부정확성과 근거 없는 추측을 담은 기사"라고 주장했다. WEF의 얀 조프 대변인은 WSJ의 기사가 "우리 조직, 문화, 동료들, 그리고 우리의 창립자를 잘못 묘사했다"고 말했다. 또 "우리의 가치는 우리의 업무와 직장 문화에 반영되며, 90개 이상의 국가에서 온 다양한 팀이 우리의 성공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가 설정한 높은 기준은 명확한 원칙, 모든 형태의 괴롭힘과 차별에 대한 무관용 정책, 모든 직원 대상 의무 교육, 기밀 보고 채널 및 철저한 조사 과정을 포함하는 체계에 의해 뒷받침된다"고 WEF는 덧붙였다. 아울러 "지난 50년 동안 우리와 함께 일한 3500명 중 WSJ는 소수만을 만났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