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을 쎄트렉아이 대표가 내년 3월 발사 예정인 스페이스아이-T 인공위성을 소개하고 있다. 최형창 기자
김이을 쎄트렉아이 대표가 내년 3월 발사 예정인 스페이스아이-T 인공위성을 소개하고 있다. 최형창 기자
1992년 8월 11일 국내 최초 인공위성 ‘우리별 1호’가 발사됐다. 3호까지 발사된 ‘우리별 시리즈’ 덕분에 우리나라는 명실상부 인공위성 체계 독자 제조국 반열에 올랐다. 우리별 위성을 쏘아올린 핵심 인력들은 1999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인공위성연구소를 나와 쎄트렉아이를 창업했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쎄트렉아이는 위성 체계개발에 필요한 3대 핵심기술(위성 본체·탑재체·지상국 시스템)을 모두 보유한 국내 유일한 기업이다. 1일 대전 본사에서 만난 김이을 대표는 “민간이 이끌어가는 뉴스페이스 4.0 시대를 맞아 우주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곳 중에 국내에서 가장 오래됐고, 경험과 실적이 풍부하다”며 “위성 시스템을 만드는 데 있어서는 글로벌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갖춘 독보적인 회사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2005년 말레이시아 수출로 '물꼬'

국내 위성 위주로 만들던 쎄트렉아이는 2005년 말레이시아에 위성 완제품을 처음 수출했다. 4년의 개발을 거쳐 2009년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엑스의 첫 소형 발사체 성공 작품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 건으로 해외 시장 물꼬가 트이면서 쎄트렉아이는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UAE), 스페인 등으로 수출을 넓혔다.

쎄트렉아이가 경쟁력을 갖는 분야는 광학 탑재체의 해상도다. 김 대표는 “다양한 용도의 위성이 많은데 계속 역량을 쌓아온 분야는 지구 관측 분야”라며 “모든 부분의 성능을 다 최고로 만들기보다는 적은 자원으로 가성비 높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해상도를 높이는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망원경(광학계)자체를 직접 설계한다”며 “30㎝급 초고해상도 상용 지구 관측 기술까지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스페이스아이-T를 제조중인 대전 문지동 쎄트렉아이 본사 클린룸. 쎄트렉아이 제공
스페이스아이-T를 제조중인 대전 문지동 쎄트렉아이 본사 클린룸. 쎄트렉아이 제공
인공위성 해상도 30㎝는 600㎞ 상공에서 지구를 봤을 때 지상에 있는 가로·세로 30㎝ 면적을 하나의 화소(픽셀)로 인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크기의 화면이라면 화소가 많을수록 선명하게 보이는 것처럼, 인공위성의 해상도도 숫자가 낮을수록 더 뚜렷한 화질을 제공한다. 김 대표는 “30㎝급은 우주 상공에서 도로에 있는 차량의 종류나 도로 위 일부 글씨까지 식별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세계 최고 해상도를 가진 상용 위성이 될 것”이라고 자부했다. 이 기술력은 내년 3월 발사 예정인 위성 ‘스페이스아이-티(T)’에 탑재된다.

국방·농업 등 응용 분야 무궁무진

위성사업은 단순히 지구 관측에 국한되지 않는다. AI와 접목돼 국방과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김 대표는 “AI가 과거 데이터를 학습하고, 위성이 찍은 사진과 비교 분석하면 내년도 매월 작황이 어떻게 될 지 예측이 가능해진다”며 “현재는 위성이 찍어온 영상을 판독하는 사람이 소수여서 일부만 분석하고 있는데 AI가 더 발전하면 사람이 미처 보지 못한 곳까지 이상징후를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최근들어 방산 분야 수요가 굉장히 늘었다”고 말했다.
김이을 쎄트렉아이 대표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비전을 밝히고 있다. 쎄트렉아이 제공
김이을 쎄트렉아이 대표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비전을 밝히고 있다. 쎄트렉아이 제공
쎄트렉아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021년 1000억원 이상 투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말 전환사채를 보통주 지분으로 바꿔 현재 33.63%로 쎄트렉아이의 최대 주주다. 다만, 한화는 지분 인수와 상관없이 쎄트렉아이의 경영진이 독자 경영을 이어갈 수 있도록 존중해주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254억원, 영업 손실은 43억원을 기록했다.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출신의 김 대표는 2000년 쎄트렉아이에 합류했다. 2019년부터 대표를 맡아 위성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김 대표는 “적어도 위성 제조에 있어서는 미국 맥사, 프랑스 에어버스와 위성 천하 삼분지계를 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대전=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