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테슬라 로보택시를 8월 8일 공개하겠다.”

테슬라 최고 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지난 4월 X(옛 트위터)에서 던진 폭탄 선언이다. 그는 로보택시가 “4차 모빌리티 혁명을 완성할 것”이라고도 했다. 모빌리티 업계는 '아직 이르다'면서도 테슬라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테슬라가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FSD·오토파일럿보다 향상된 자율주행 기술)를 도입해 축적해 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로보택시 사업을 시작한다면, 기존 모빌리티 시스템을 순식간에 대체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머스크 CEO는 “로보택시를 운영하는 소유자가 본인이 사용하지 않은 시간대에 택시로 운영하면 연간 3만달러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에어비앤비와 마찬가지 모델이다. UBS는 2019년 우버나 택시처럼 호출할 수 있는 로봇 자동차의 잠재적 수익 기회가 2030년께 2조달러 수준으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미국 전체 자동차 시장보다 훨씬 큰 수치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로보택시가 실제로 도로 위를 꽤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된다면, 인간이 직접 운전에 개입해야 할 필요가 사라졌다는 뜻이다. 테슬라의 FSD는 완벽하지 않다. 라이다와 같은 비싸지만 정확한 장비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가격이 낮지만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도 많다.

하지만 인공지능(AI) 기능을 갖춘 소프트웨어가 인간을 대신해서 상당한 수준으로 안전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 로보택시를 통해 검증된다면 자율주행에 대한 심리적인 장벽은 크게 낮아지게 된다. 손일선 오산대 자동차학부 교수는 “택시가 된다면 기술적인 문제는 거의 해결이 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택시, 승합차 등이 당장 대체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각국은 신산업을 도입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는 길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이동수단의 소유구조를 바꾼다. 이전에는 대부분의 모빌리티는 소유의 대상이었다. 대중교통이나 택시로 대표되는 일부 공유된 모빌리티가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보완적’인 존재였다. 로보택시가 대중화된다면 모빌리티를 꼭 소유해야 할 필요성은 상당히 줄어든다. 나만을 위한 공간을 꾸미고 가지려는 이들은 늘 있겠지만, 이들의 비중은 차츰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과거 핵심적인 모빌리티 수단이었던 말을 소유하는 행위가 이제는 특별한 취미가 된 것과 유사하다.
삼일PwC 경영연구원이 지난해 내놓은 모빌리티 보고서. / 자료=삼일PwC경영연구원
삼일PwC 경영연구원이 지난해 내놓은 모빌리티 보고서. / 자료=삼일PwC경영연구원
이 새로운 판에서 이기기 위한 ‘무기’는 데이터다. 데이터를 많이 갖추고 있는 테슬라가 공격적으로 이 시장을 조성한다면, 다른 완성차 업체들은 전환기 수요를 한꺼번에 빼앗길 수도 있다. 기존의 ‘유인’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와 렌터카 업체, 택시업체 등은 갑자기 바뀐 판에서 낙오할 수 있다.

이같은 변화가 실제로 일어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장벽을 넘어서야 한다. 가장 큰 장벽은 기술이다. 머스크가 공언한 대로 규제당국과 시장의 눈높이에 맞는 자율주행 기술을 갖춘 로보택시가 실제로 사람을 태우지 않고 충분히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느냐다.

테슬라 FSD는 7번의 대규모 업데이트를 거쳤다. 얼마전 차량이 제각각 달려오는 4차선 도로 사이로 테슬라 차량이 자율주행 기술을 이용해 비보호 좌회전을 하는 영상이 국내에 소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FSD는 여전히 사람이 전방주시 의무와 조작의 최종책임을 갖게 돼 있다. 이를 일순간 넘어서고 무인 운전의 책임을 차량 소유주나 플랫폼에서 부담할 정도로 좋은 자율주행 기술이 충분히 낮은 가격으로 확보돼 있는지 아직 미지수다.

규제도 관건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머스크의 공공 도로에 자율주행차를 배치하려는 계획은 연방 규제기관과의 대립을 예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희원/이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