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기대에도 유가 보합세…"하반기 큰 변동 없을 것"[오늘의 유가]
美 연료 수요 둔화 우려에 유가 하락
'물가 둔화' 지표 영향은 시장에 미미
주요국 하반기 생산량 늘려 가격 유지 전망


미국 연료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로 국제 유가가 지난 28일(현지시간) 소폭 하락했다. 5월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지수에서 확인된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유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 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 만기 서부텍사스유(WTI) 선물은 0.24% 하락한 81.5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8월물은 0.3% 내린 85달러에 거래됐다.
금리 인하 기대에도 유가 보합세…"하반기 큰 변동 없을 것"[오늘의 유가]
이날 발표된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의 4월 석유 공급 보고서가 하락세에 영향을 미쳤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월 미국 석유 생산·수요는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석유 생산량은 전월 대비 하루 7만2000배럴 증가한 1325만배럴을 기록했다. 원유 수요 척도로 평가되는 원유 및 석유 제품 공급량은 13만1000배럴 늘어난 2000만배럴로 집계됐다.

다만 하루 883만 배럴로 감소한 휘발유 수요가 유가에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 2월 이후 최저치다. 필 플린 프라이스퓨처스그룹 애널리스트는 "EIA의 월간 보고서는 매우 저조한 휘발유 수요를 보여줬다"라며 "그 수치는 실제로 더 많은 원유 구매를 불러일으키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같은 날 공개된 미국 PCE 지수는 Fed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5월 PCE는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해 전월과 같았고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다.

시장은 이를 미국 인플레이션이 꾸준히 둔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마이클 브라운 페퍼스톤 수석전략가는 "이 수치는 Fed에 안도감을 줄 것"이라며 "추후 발표되는 경제지표가 Fed의 예측과 일치한다면 이르면 9월에 처음으로 0.25%포인트가량 기준금리를 낮출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하는 소비자 수요를 증가시켜 유가에 호재로 작용한다. 또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 국제 거래 시 원유 구매 비용이 덜 들기 때문에 원유 수요가 증가한다.

다만 물가 지수가 원유 시장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 차랄람포스 피소로스 브로커XM 수석 투자분석가는 "이번 발표가 눈에 띄지 않게 지나갔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놀란의 한 유전에서 펌프잭이 석유룰 추출하고 있다. /AFP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놀란의 한 유전에서 펌프잭이 석유룰 추출하고 있다. /AFP
전날 로이터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유가는 중국 수요에 대한 우려와 주요 산유국들의 공급 증가로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가 애널리스트 및 경제학자 4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은 올해 평균 브렌트유 가격을 83.93달러로 점쳤다. 전월 설문조사보다 0.08달러 오른 수치다.

원유 시장 전문가들은 하반기 원유 공급이 꾸준히 늘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캐나다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비회원국들의 원유 생산이 증가하고 있으며 오는 10월부터 OPEC+가 하루 220만배럴 규모의 자발적 감산을 점차 축소한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여름철 소비 증가, 중동 지정학적 분쟁, OPEC의 감산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브렌트유 가격이 9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