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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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7월1일)부터 외환시장 마감 시간이 기존 오후 3시30분에서 다음 날 새벽 2시로 연장된다. 오후 3시30분이 되면 종가로 거래를 멈췄던 원·달러 환율이 새벽 2시까지 계속 움직이게 된다. 1997년 자유변동환율제도로 전환한 이후 큰 변화가 없었던 국내 외환시장이 27년 만에 개편에 나선다.

기획재정부는 1일부터 국내 외환시장의 개장 시간을 대폭 연장하는 외환시장 구조개선 방안을 실행한다.

이같은 외환시장 개장시간 연장은 국내외 투자자들의 환전 편의를 높이고 거래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조치다. 다만 원화와 이종통화 간의 거래시간은 현행대로 유지된다.

우리나라에 소재하지 않은 외국 금융기관도 해외외국환업무취급기관(RFI, Registered Foreign Institution) 자격을 갖추면 우리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가 가능해진다.

RFI는 정부의 외환시장 선진화 계획에 따라 국내 외환시장에 참여하게 될 외국 금융기관을 뜻한다. 국내 주식을 사려는 해외투자자들은 외환시장이 열리는 새벽 2시까지 실시간 환율에 따라 거래할 수 있어, 매수 가능 주식 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외국계은행이 국내 지점(외은 지점)을 설립하거나 국내 금융기관의 고객이어야만 국내 외환시장에 참여할 수 있었다.

한국 주식·채권 거래를 원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RFI 자격을 갖췄을 경우 한국시간으로 새벽 2시까지 국내 금융회사나 외국 금융기관을 통해 미 달러화를 원화로 실시간 환전할 수 있게 된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로 유지된 외환거래 시스템의 격변이다.

금융감독원과 외환당국은 외환 거래 야간 데스크를 운영할 예정인 시중·지방은행 등 12개 은행을 점검해 왔다.

외환 거래 마감이 오후 3시30분에서 다음 날 새벽 2시로 연장되면서 야간 시간대 적정 인원 근무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내부통제 준수와 비상대응 계획 마련, 적정 환율 체결 시스템 구축 등에 대해서도 점검했다.

개별 은행들은 외환거래·영업 인력을 충원하며, 비상 상황에 대비한 부서별 계획을 구축해 왔다. 국내 외환시장에 참여하는 해외에 소재하는 외국환업무취급기관(RFI)과의 업무 대행 계약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금감원은 원·달러 거래 시간 연장에 따라 자정부터 새벽 2시까지 발생한 외환 거래를 당일자로 회계 처리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했다. 다만 결산일에는 자정 이후 외환 거래를 당일이 아닌 다음 날 거래로 인식하도록 했다. 이런 회계기준을 반영한 은행업 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안 등도 이날부터 시행된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주요은행들은 외환시장 개장시간 연장을 앞두고 인력 확충을 통한 야간 데스크 업무 강화 등 새로운 환경을 대비하는데 집중해 왔다. 런던, 싱가포르 등 해외 데스크 강화를 위해 외국환거래(FX), 유가증권 등 트레이더 및 정보기술(IT) 인력 충원도 추진해 왔다.

이같은 외환시장 개장시간 연장은 향후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선정에 기여할 금융시장 선진화 조치로 평가된다. 특히 한국은 올해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실패했지만 그럼에도 외환시장 선진화 노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MSCI는 이번 국가 재분류 결과를 발표하면서 외환시장 개방 등을 위해 개선된 조치를 인정하고 환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외환시장 거래시간은 7월 새벽 2시로 연장되는데 이어 추후 24시간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은 있다.

특히 새벽 시간대에 주요 지표가 발표될 경우 외국인 투자 자금 이동 규모가 커지고, 만약 유동성이 부족한 경우에는 원달러 환율을 큰 폭으로 변동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는 이같은 환율 변동성 확대 우려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변동성이 과도하게 커지면 야간 시간대에도 시장 안정조치를 실시하기로 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