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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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리딩 서비스 계약이 불법이더라도 이 계약을 토대로 한 위약금 합의까지 무효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증권정보 제공업체 A사가 전 고객 B씨를 상대로 낸 약정금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패소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B씨는 2021년 12월 A사에 가입금 1500만원을 내고 6개월짜리 'VVIP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문자메시지를 통해 매수시 종목·수량·가격, 처분시 시점·수량 등을 받는 계약이었다. 특약사항에는 서비스 종료 시점에 누적수익률이 200%에 이르지 못하면 전액 환급한다는 조항이 담겼다.

B씨는 서비스를 이듬해 3월까지 이용하다가 해지 의사를 밝혔고, A사는 533여만원을 환불해 줬다. 향후 B씨가 이의를 제기하면 환불금액의 2배를 배상해야 한다는 합의서를 별도로 작성했다. 그러나 B씨는 신용카드 회사에 나머지 액수까지도 결제 취소를 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해 결국 1500만원을 환불받았다. A사는 B씨가 합의를 위반했다며 환불금의 2배, 카드사로부터 환불받은 966만원을 합한 총 2000여만원을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에서는 합의서가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계약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B씨가 돈을 돌려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는 유사투자자문업으로만 신고했을 뿐 자본시장법에서 정한 투자자문업자가 아니므로 피고와 같은 특정인을 상대로 단독 투자자문행위를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를 상대로 투자자문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일단 자본시장법 17조를 불법 행위는 처벌하되 계약 효력은 인정하는 단속 규정으로 판단하며 원심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판시했다. 효력까지 무효로 하는 규정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 조문은 고객인 투자자를 보호하고 금융투자업을 건전하게 육성하자는 것이 입법 취지인데, 이를 위반해 맺은 계약 자체가 사법상 효력까지 부인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현저히 반사회성·반도덕성을 지닌 것이라 할 수 없고, 효력을 부인해야만 비로소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5월 유사수신행위가 불법이라고 하더라도 그 계약에 따른 배당금 배분까지는 효력을 유지해야 한다며 '단속 규정'에 대한 같은 취지의 판단을 내린 바 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