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vN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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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명의의 임명장을 붓글씨로 쓰는 공무원인 '필경사(筆耕士)' 합격자가 나왔다. 지난 62년 간 단 4명이 거쳐 갔던 이 자리에 제5대 필경사가 탄생할지 주목된다.

1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필경사(직급 전문경력관 가군)를 모집하는 경력경쟁채용시험에 대한 최종합격자 1명이 지난달 28일 공고됐다.

이번 합격자는 56대 1의 경쟁률을 뚫었다. 오는 4일까지 등록을 마치고, 신원 조회와 신체검사에 문제가 없으면 제5대 필경사로 공식 임용된다.

지난 2018년 11월 제4대 필경사(김동훈 주무관)를 선발한 뒤 약 6년 만이다.
사진=tvN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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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경사는 1962년 처음 생긴 이래 62년 동안 단 4명 밖에 없었다. 필경사는 대한민국 공무원 가운데 가장 희귀한 직군으로 꼽힌다. 대통령 명의 임명장 작성, 대통령 직인·국새 날인, 임명장 작성 기록 대장 관리시스템 운영·관리, 정부 인사 기록 유지·관리, 임명장 수여식 행사 관리 등의 업무를 한다. 통상 1년에 약 4000~7000장의 임명장을 작성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원 자격은 서예 관련 분야에서 2년 이상 근무했거나 민간에서 3년 이상 연구 또는 근무한 경력이 있는 사람, 미술이나 서예 등 학과에서 석사 취득을 했거나 학사 취득 후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연구 활동을 한 사람 등이다.

앞서 인사혁신처는 2008년부터 15년간 일한 3대 필경사 김이중 사무관이 지난해 초 퇴직하면서 같은 해 2월 모집 공고를 냈으나 적격자를 찾지 못했다.

당시 21명이 지원해 8명이 서류전형을 통과한 이후 면접과 임명장 작성 등 역량평가를 진행했지만 합격자가 없어 결국 김 주무관이 홀로 업무를 맡아왔다.

한편 김이중 사무관은 지난 2020년 6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김 사무관은 필경사 업무에 대해 "조선시대로 말하면 왕이 내리는 교지를 대신 쓰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그는 "손 보험을 알아본 적 있다. 연봉이 몇억 쯤 되어야 한다고 해서 깔끔하게 포기했다"면서 "'큰 아이 스키 타는 곳을 따라갔다가 다치면 이 업무는 누가 하지?'라는 생각에 놀러가지도 않는다"고 전하기도 했다.

김 사무관은 "연말에는 (임명장) 수천 장을 써야 하는데 나밖에 할 수가 없으니 때로는 부담이 된다. 휴가도 길어야 3일 가 봤다"고 직업적 특성으로 인한 고충을 털어놓으면서도 "항상 한분한분께 작품을 드린다는 마음으로 쓴다"고 말해 감동을 안겼다.

먹과 벼루를 챙겨 온 그는 방송에서 즉석으로 '유퀴즈 온 더 블럭' 족자를 완성하기도 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