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위, 시유지에 무단 설치하자 시 '법적 조치' 예고…2차 갈등 우려
거제 노동자상 설치 강행…추진위 '명분' vs 시 '불법' 맞서
경남지역 노동계가 거제시 반대로 두 차례 무산됐던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상 설치를 강행한 가운데 시가 행정적 조치를 예고했다.

노동계는 "아픈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한 상징"이라는 명분을 강조하는 반면 시는 "엄연한 불법"이라고 맞서 또 다른 갈등이 예상된다.

거제시는 거제문화예술회관 내 평화의 소녀상 옆에 설치된 노동자상에 대한 법률·행정적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1일 밝혔다.

앞서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 거제건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지난달 28일 이곳에 노동자상을 설치했다.

지난해 5월 추진위가 발족한 지 약 1년여 만이다.

추진위는 이날 미리 준비한 대형 크레인을 이용해 지난 5월부터 거제시청 주차장 트럭 위에 올려놨던 노동자상을 설치 장소로 옮겼다.

시 공공조형물 건립 심의위원회는 지난해 11월과 지난 4월 추진위 측이 낸 조형물 설치 안건을 부결했다.

주민 반대가 있고 설치 장소가 거제문화예술회관의 목적과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추진위는 시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주장하며 설치 협조를 요구해왔지만 이렇다 할 입장을 듣지 못하자 이날 설치를 강행했다.

시는 이 같은 행위가 불법인 만큼 관련 조치를 검토해 절차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유지인 거제문화예술회관에 노동자상을 허가 없이 설치해 시 공유재산을 훼손했다고 판단한다.

시 관계자는 "시유지를 무단 점령해 사용한 이상 그대로 둘 수만은 없다"며 "어떤 조치를 어떻게 할지는 구체적으로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상 정상적인 허가 없이 행정재산을 사용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행정대집행을 통한 철거나 토지이용 사용료를 부과하는 등의 방안도 있을 수 있다.

추진위는 노동자상을 철거할 경우 또 다른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추진위 측 관계자는 "노동자상은 우리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자는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거제시장은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했다"며 "만약 조금이라도 노동자상에 손을 댈 경우 곧바로 고소 고발을 통해 전면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