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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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성과급은 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1심 법원 판단이 나왔다. 경영성과급은 영업이익의 발생 여부와 규모에 따라 근로복지 차원에서 지급된 것일 뿐 근로 제공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취지다. 이와 비슷한 쟁점의 사건이 대법원에 여러 건 계류 중인 가운데 하급심에선 재판부마다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성과급은 근로 대가 아냐"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법 민사5부는 지난 20일 한화오션 전현직 근로자 900여 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경영성과급은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임금으로 볼 수 없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한화오션은 2001년부터 매년 노동조합과 교섭을 통해 경영성과급의 지급 여부 및 기준, 지급률 등을 정해 '성과배분 상여금' 또는 '경영평가 연계 성과보상금'이라는 이름으로 지급해왔다. 2015년~2017년과 2021년~2023년에는 경영 상황 악화로 경영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았다.

원고들은 한화오션으로부터 퇴직금 또는 중간 정산 퇴직금을 지급받은 생산직 근로자들이다. 이들은 회사를 상대로 "경영성과급을 평균임금에 포함해 다시 계산한 퇴직금과 기지급 퇴직금의 차액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이들은 "회사는 매년 노사 단체교섭에 따라 경영성과급을 지급했고, 연간 임금 총액 10~30% 정도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근거를 들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경영성과급은 사업이익의 분배일 뿐 근로 제공과 직접적으로 관련되거나 그것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회사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판례는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임금에 대해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금품으로, 근로자에게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고 단체협약 등에 의해 사용자에게 그 지급 의무가 지워져 있는 것'이라고 정한다. 여기서 '금품'은 '금품지급의무의 발생이 근로 제공과 직접적으로 관련되거나 그것과 밀접하게 관련 것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재판부는 "영입이익 등의 발생 여부나 규모는 근로자들의 근로 제공 외에 자기자본 내지 타인자본의 규모, 지출 비용의 규모, 시장 상황, 경영 판단 등이 합쳐진 결과물"이라며 "연도에 따라 지급 여부나 지급률도 변동하며 그 범위도 예측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로자들은 근로 제공의 대가로 약정된 급여를 지급받을 뿐 이익 분배를 청구할 권리를 가지지 않는다"며 "경영성과급을 지급하는 이유는 근로자들의 사기 진작, 근로복지 차원이지 근로의 대가로서 지급돼야 하는 몫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근로복지기본법상 기업 근로복지를 구성하는 성과배분제도에 기초한 경영성과급은 임금과 같은 근로조건에서 제외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원고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삼성·SK 상고심 결론 주목

당초 경영성과급은 경영 실적에 따라 지급 여부 및 지급률 등이 달라지는 만큼 평균임금 산정에서 제외돼 왔다. 하지만 2018년 12월 한국공항공사 노조가 "퇴직금 산정 시 성과급을 평균임금에 반영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최종 승소하자 다른 기업들도 잇달아 소송에 휘말리고 있다.

지금까지 경영성과급의 평균임금 인정 여부가 쟁점인 사기업 사건에 대해 대법원 판례가 나오지 않은 만큼 하급심 판결도 엇갈리고 있다. 현대해상화재보험의 경우 1·2심 모두 경영성과급이 평균임금에 포함돼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반면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건은 2심까지 회사가 승소했다.

이외에도 LG디스플레이, 한국유리공업, 서울보증보험 등도 쟁점이 비슷한 사건이 대법원 심리 목록에 올라 있다.

산업계에서는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건의 상고심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건 결론이 향후 쟁점이 유사한 사건의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전원합의체에 회부될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전원합의체는 기존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거나 사회적 파급력이 큰 중요 사건을 다룬다.

한 노동 전문 변호사는 "노동계에 유리한 대법원 판례가 나올 경우 기업들의 임금 소송 리스크 부담은 매우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경진/곽용희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