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차별하는 사회는 값을 치른다, 한두푼 드는 게 아니다 [서평]
차별은 공짜가 아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성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책이 나왔다.

30년 이상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와 경제학을 엮어 연구해 온 미국의 경제학자 리 배짓은 그의 저서 <차별 비용>에서 "성소수자를 포용하면 정부와 기업에 실질적인 이득이 뒤따른다"고 주장한다. 배짓은 미국 예일대와 메릴랜드대, 매사추세츠대 애머스트캠퍼스 등에서 교수로 일했다. 세계은행의 컨설턴트로 인도의 호모포비아 비용을 계산하는 모델을 개발했으며, 유엔개발계획(UNDP)과 국제 LGBTI 포용성 지수를 만들기도 했다.

저자는 성소수자가 고용과 건강, 교육 등에서 겪는 차별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군에선 성소수자를 방출하느라 1993~2010년 최대 5억 달러를 지출했다. 고숙련 전투기 조종사나 아랍어 전문가와 같이 희소한 병력이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강제 제대하면서 새 인력을 조달·훈련하는 비용이 급증해서다. 이렇게 드러나는 비용 외에도 직장에서 정체성을 숨기기 위해 불필요한 노력을 들이느라 생기는 암묵적인 비용도 있다는 설명이다.

건강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저자는 LGBT가 LGBT라는 이유만으로 건강 문제를 더 많이 겪고 있다고 주장한다. 2000년부터 발표된 수많은 연구에 따르면 LGBT가 비LGBT와 비교해 자살, 우울, 불안, 약물, HIV, 암 등 여러 부문에서 더 심각한 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소수자로서 살아가며 발생하는 이른바 '소수자 스트레스'가 건강 상태의 격차를 벌이기도 하지만, 구조적인 문제도 숨어 있다. 직원의 동성 동거동반자를 근로 보험 대상에서 배제하고,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병원 진료를 거부하는 등 사회적 문제가 결부돼 있다.

성소수자에 대한 배제는 경기 침체로 이어진다.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불합리하게 감소한 소득과 건강 부문의 손실, 사회적 비용 등을 고려하면 차별로 인한 국내총생산(GDP)의 감소분을 계산할 수 있다. 인도의 경우 성소수자 혐오로 인해 GDP의 약 1%를, 케냐는 1.6%, 남아프리카공화국은 5.7%를 손해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교육 기회의 상실이나 성소수자의 가족이 지출해야 하는 비용, 성소수자 혐오로 인한 인재 유출 규모 등 측정하기 어려운 비용까지 고려하면 손실은 더 클 수 있다.
사람 차별하는 사회는 값을 치른다, 한두푼 드는 게 아니다 [서평]
기업에게도 성소수자 차별은 손해다. 손익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기업들은 성소수자를 포용하는 데서 발생하는 이익을 잘 알고 대처하는 중이다. 2016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트랜스젠더가 화장실을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일명 '화장실 법안'이 발의됐을 때, 기업들이 앞장서서 반대에 나선 이유다. 기업들은 차별에 반대함으로써 성소수자 소비자란 틈새시장에 진출하고, 포용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인재를 잡아둘 수 있다. 소비자들이 차별적인 기업에 보이콧을 선언하는 일도 빈번해지고 있다.

일부 인권운동가들은 성소수자의 인권을 경제적 논리로 옹호하는 데 대해 비판한다. 인권에 가격표를 붙이는 접근법은 자칫 경제적 기여도가 낮은 소수자를 배제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단 우려에서다. 그러나 저자는 인권이 어떤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를 정부와 기업에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인 인권운동이라고 주장한다. 소수자를 포용하는 것이 손실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를 이들에게, 포용에 함축된 실질적인 이득을 알려줌으로써 변화를 위한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세계은행이나 유엔 등 국제 조직과 여러 인권 단체에선 인권운동에 경제적 논리를 결합시키고 있다. 우간다에서 반동성애법이 통과됐을 때 활동가 집단은 우간다에 진출해 있는 국제 기업들에 도움을 요청했다. 호주 태즈메이니아에선 혼인 평등이 결혼산업과 관광 부문에서 사업적 이익을 창출하리란 전망에 힘입어 평등 법안의 지지 여론이 형성된 바 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