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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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를 위해 착실히 적립하고 있던 퇴직연금이지만 어느 순간 급하게 목돈이 필요할 때 불가피하게 중도 인출할 수도 있을 텐데요. 퇴직연금 중도인출이 가능한 경우와 이때의 세금납부 요건은 어떻게 될지 살펴보겠습니다.

퇴직금의 중간정산

우리나라는 퇴직급여로서 퇴직금과 퇴직연금 제도를 동시에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중 먼저 퇴직금 제도의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현재로는 회사의 전체 직원 대상 중간정산 실시는 불가하지만 개별 근로자의 사정이 법정 사유에 해당하면 중간정산을 할 수는 있습니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의하면, 무주택자인 근로자가 본인 명의로 주택을 구입해야 하거나, 주거 목적으로 전세 보증금을 부담해야 할 때 퇴직금을 중간정산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근로자 본인 및 배우자와 부양가족이 6개월 이상의 요양을 필요로 할 때, 질병 또는 부상에 대한 의료비를 해당 근로자 본인 연간 임금 총액의 12.5%를 초과해 부담할 때도 퇴직금을 중간정산할 수 있게 됩니다.

이 밖에 사용자가 기존 정년을 연장하거나 보장함을 전제로 임금피크제를 시행할 경우, 사용자가 근로시간을 단축해 3개월 이상 계속 근로하기로 한 경우, 근로자가 최근 5년내에 파산선고를 받거나 개인회생 절차 개시 결정을 받은 경우, 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에도 퇴직금의 중간정산이 가능합니다.

퇴직연금의 중도인출

그러면 퇴직연금에 가입한 근로자의 경우는 어떨까요? DB형(확정급여형) 퇴직연금 가입자는 중도인출이 불가하지만, DC형(확정기여형) 퇴직연금 및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가입자는 법에 정한 사유에 해당되면 퇴직연금을 중도인출할 수 있습니다. 법정 사유는 퇴직금 중간정산 때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즉 주택구입, 전세자금 마련, 본인 및 배우자와 부양가족의 요양 및 의료비 지출, 파산, 개인 회생, 재난 피해의 경우 퇴직연금 중도인출이 가능합니다. 다만 임금피크제 실시 또는 근로시간 단축 사유에 의해서는 퇴직연금의 중도인출이 불가하다는 건 퇴직금 중간정산과 다릅니다.

일부 회사에서는 DB형과 DC형 퇴직연금 제도를 함께 도입하고 근로자가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만약 법정 사유로 퇴직연금을 중도 인출하려는 근로자는 퇴직연금을 기존 DB형에서 DC형으로 바꾸면 됩니다.

중간정산·중도인출 떄 세금은 어떻게?

이렇게 퇴직금을 중간정산하거나 퇴직연금을 중도인출할 때는 퇴직소득세를 납부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소득세법에서는 퇴직금 중간정산 사유에 해당해 퇴직급여를 미리 지급받을 경우 그 지급받는 날에 퇴직한 것으로 간주해 퇴직소득세를 물립니다. 연금저축 및 개인형 퇴직연금(IRP)와 같은 퇴직연금의 경우 적립금을 중도에 인출하면 절세 혜택을 누릴 수 없습니다. 이 때는 퇴직급여 원금에 대해 본래대로 퇴직소득세가 과세되고, 늘어난 운용수익에는 기타소득세 16.5%가 부과됩니다. 다만 소득세법에서 정한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돼 인출하는 운용수익은 연금소득으로 보고, 종합소득 과세표준을 계산할 때 합산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소득세법에서 인정하는 부득이한 사유는, 천재지변, 연금계좌 가입자의 사망 또는 해외이주, 연금 계좌 가입자 또는 부양가족의 3개월 이상 요양시, 연금계좌 가입자의 파산, 개인회생 절차 개시 결정 등입니다. 이같은 부득이한 사유로 중도인출하려는 경우에는 해당 사유가 확인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그 사유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금융기관에 제출해야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박영호 전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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