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 포르투갈로 건너간 중국 찻주전자의 손잡이가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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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자의 생애사
자사호는 16세기부터 중국 의흥(宜興市: 이싱) 지역에서 만들어졌다. 유약을 발라 재벌한 자기와 달리 약 1200도 정도의 초벌만으로 제작되는 자사호는 기공이 있어 차 맛에 개입한다. 그래서 주전자가 생명이 있거나, 마법을 부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마치 기분을 헤아려 자사호가 맛을 변화시켜 주는 것 같다고 착각하게 된다.
![찻주전자, ca. 1825, Shao, Jingnan (maker), 중국 의흥에서 제작 /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 런던](https://img.hankyung.com/photo/202407/01.37208161.1.jpg)
자사호 명칭은 무엇을 닮았는가에 따라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고대 중국의 이름난 미녀 서시의 가슴은 서시호(西施壺), 미인의 흘러내리는 아름다운 어깨는 미인견(美人肩), 차를 담아 물에 띄웠을 때 수평을 유지한다고 하여 수평호(水平壺), 사찰의 범종은 덕종호(德鐘壺), 그리고 용의 알은 용단호(龍蛋壺)로 불린다. 서시호로 차를 우리면 서시와, 수평호로는 물과, 그리고 용단호로는 그 알을 낳은 용과 대화할 수 있고, 덕종호로 차를 우리면 저 멀리 사찰로부터의 종소리도 들을 수 있다.
영국 런던의 빅토리아 앤드 알버트 뮤지엄(이후 V&A)은 장식미술과 응용미술의 보고이다. 1852년 사우스켄싱턴 뮤지엄으로 개관한 이곳은 1851년 세계 최초의 국제박람회를 위해 전 세계에서 런던에 도착한 사물을 연구해 영국이 산업 강국으로 태어나기 위한 아카이브 역할을 하던 공공기관이었다. 1차 소장품은 박람회로부터 구입했고, 이후는 지역적, 시대적, 그리고 재료별로 구분하여 소장품을 확대해 나갔다.
![찻주전자, 1700-1750, 작자 미상, 중국 의흥에서 제작, 유럽에서 변경됨 /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 런던](https://img.hankyung.com/photo/202407/01.37208171.1.jpg)
이 주니 자사호는 해상 운송으로 유럽으로 향했을 가능성이 높다. 해상 운송이 대량 운송에 적합했고, 효율적이며, 상대적으로 안전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대형 범선이 주요 운송 수단이었으며, 중국에서 출발한 배는 동남아시아의 항구를 경유한 후 인도를 지나 중동 지역으로 이동했다. 수에즈 운하가 1869년 개통했기 때문에 이 자사호가 해상으로 운송되었다면 아프리카 남단의 희망봉을 돌아 유럽으로 향했을 것이다.
![찻주전자, 1713-1714, Thomas Folkingham (maker), 영국 런던에서 제작 /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 런던](https://img.hankyung.com/photo/202407/01.37208177.1.jpg)
뚜껑의 구슬 부분을 은과 자사로 반을 나누어 다시 디자인했다. 손잡이 부분은 열전도율을 낮추기 위해 유럽식 은제 찻주전자나 커피 주전자 손잡이에 나무를 조각해 적용했던 형태와 결합 방식을 차용했다. 또한 낡아서 헤어졌을, 뚜껑과 손잡이를 잇는 매듭 부분을 금속 체인으로 교체한 점도 흥미롭다. 고대 동양인에게 서양 중세 귀족의 옷을 입혀 놓은 상황이라 어색할 법도 한데, 대항해 시대의 비교예술학적 사물 안에서 벌어지는 문화 충돌은 의외로 놀랍도록 조화롭다.
조새미 공예 연구가•미술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