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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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정권 교체 위기에 맞닥뜨렸다. 각국의 통화긴축 정책이 길어지고 있는데도 좀처럼 확실히 잡히지 않는 끈적한 고물가가 유권자들의 지갑 사정을 어렵게 만들면서다.

유럽연합(EU) 등 서방권에서는 장기화된 전쟁에 대한 염증, 폭증한 불법이민자 수 등의 원인도 국민들이 현 정부로부터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경우 오는 11월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 논란이 대선 토론을 계기로 더욱 불붙는 모양새다.

현실화된 佛마크롱의 참패

30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열린 국회의원 총선거 1차 투표에서 강경 우파인 국민연합(RN)이 압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입소스 등 5개 여론조사 기관의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RN은 33~34.2%를 득표해 230∼305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좌파연합 신민중전선(NFP)은 28.1~29.6%(120∼200석)로 뒤를 이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 여당 르네상스당이 주도하는 연대 세력 앙상블은 20.7~22.4%(60∼125석)를 득표해 3위로 밀려날 전망이다.

프랑스 총선에서 1차 투표에서 당선되려면 지역구 등록 유권자의 25% 이상, 당일 총투표자 과반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1차에서 당선자가 나오지 않은 지역은 오는 7일 2차 결선 투표를 한다. 577곳 중 566곳의 개표가 끝난 이날 1차 투표에서는 총 81명이 당선을 확정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이 가운데 RN에서만 40명이 나왔다. 이어 NFP에서 32명이 당선됐고, 마크롱 대통령이 속한 앙상블의 경우 4명의 당선인을 배출하는 데 그쳤다.

1차 후보 투표 당선자 수는 2022년 총선 당시 5명의 16배가 넘는다. 이번 총선의 1차 투표율이 약 67%로 높아 당선 요건인 ‘등록 유권자 25% 이상’ 기준을 더 쉽게 충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 투표율은 2022년의 1차 투표율보다 20%포인트 가까이 높았을 뿐만 아니라 198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RN의 약진과 마크롱 대통령의 전격적인 조기 총선 선언으로 선거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결과다.

G7에선 이탈리아를 제외하면 모두 마크롱 대통령과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 특히 유럽 국가의 경우 정권 교체 바람이 한창이다. 지난달 6∼9일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소속 정당인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SPD)이 참패했다. 강경 우파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밀리면서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오는 4일 치러지는 총선에서 패배가 확실시되고 있다. 그가 속한 보수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노동당에 20%포인트 넘게 뒤지고 있다. 반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자신이 속한 강경 우파 성향의 이탈리아형제들(FdI)이 유럽의회 선거에서 약진하면서 정치적 입지를 탄탄히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이든 '고령 리스크' 논란

미국에선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대통령선거를 불과 4개월 앞두고 열린 첫 TV 토론에서 그가 공화당 유력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세에 밀리는 모습을 보이며 '토론 완패' 여론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민주당 최고 지도자들과 기부자들이 바이든 대통령을 민주당 대선 후보로 고수할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을 비롯해 라파엘 워녹 상원의원,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 등 민주당 내 지도급 인사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완주를 지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미국 금융권의 큰손 기부자들도 힘을 보탰다. 미국 헤지펀드 운용사 자나 파트너스의 설립자 배리 로젠스타인이 전날 뉴욕주 이스트햄튼에서 주최한 모금 행사에는 200명 이상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젠스타인은 이메일을 통해 "당초 예상된 참석 인원의 2배 이상"이라며 "모든 기부자들의 기부 수준이 캠페인의 모금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바이든대통령의 가족이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 모여 바이든에게 계속 싸우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차남 헌터 바이든 등을 중심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중도 사퇴 압박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완주 여부를 둘러싼 당내 분열은 계속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바이든 대통령의 측근인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과 바이든 대통령의 상원의원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테드 카우프만 전 상원의원 등에게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하도록 설득하라"고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WSJ는 "바이든의 중도 사퇴는 오히려 6개 경합주의 민주당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등 정치적 위험도 따를 수 있다"며 "(그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 등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맞수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도 남아 있다"고 전했다.

김리안/임다연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