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VIX 낮을 때가 매도 타이밍? 변동성 낮아도 하락 두려워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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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칼럼] "VIX 낮을 때가 매도 타이밍? 변동성 낮아도 하락 두려워 말아야"
[마켓칼럼] "VIX 낮을 때가 매도 타이밍? 변동성 낮아도 하락 두려워 말아야"
이건민 BNK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변동성이 낮지만 하락을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많은 투자자들이 시카고 보드 옵션 거래소 변동성 지수(VIX)를 미래를 내다보는 시장 지표로 취급한다. VIX는 일반적으로 월스트리트의 공포 게이지로 불리며, 다음 30일간 예상되는 시장 변동성을 측정한다. 이것이 정확한 미래를 내다보는 시장 지표라고 믿는다면 높은 VIX와 높은 예상 변동성은 미래의 좋은 수익을 예고하며, 낮은 VIX와 낮은 예상 변동성은 미래 성과가 좋지 않을 것을 시사한다.

필립 피셔의 아들로 1979년에 독립하여 피셔 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한 켄 피셔는 VIX를 매우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 그는 2010년 발간된 저서 "Debunkery(투자의 배신)"에서 VIX의 예측 도구로서의 유효성을 반박하며 간단히 "VIX가 높을 때는 VIX가 높다. 그게 전부"라고 결론을 내렸다. VIX는 미래의 변동성을 측정하지만, 해당 변동성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 또한 현실적으로 VIX를 시장에 진입하고 나오는 시기를 판단하는 도구로 성공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VIX를 예측 도구로 사용하는 투자자들은 이를 '공포 지수'로 인식한다. 따라서 VIX가 상승하면 공포가 증가하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주식 시장은 급격한 공포 이후에는 더 많은 상승이 올 수 있음을 의미하며, 이는 주식을 사는 시기가 될 것이다. 반대로 낮거나 하락하는 VIX는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무시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며 이는 추후 시장 하락을 예고한다. 때문에 VIX가 높을 때는 사야 할 때, VIX가 낮을 때는 팔아야 할 때라는 말이 일반적이다.

이 논리의 문제는 변동성은 변동성일 뿐 VIX가 주식의 방향성을 알려주지는 못하다는 것이다. 또한 VIX의 고점과 저점은 모두 상대적이다. 피크가 형성되었다는 것은 지나간 이후에나 알 수 있다.

올해 증시 특징은 높은 수익률과 낮은 변동성이라 할 수 있다. 최근 VIX는 2019년 11월 이후 약 4년 6개월만에 12포인트를 하회하기도 하였다. S&P500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 중이다. 연초 4700에서 시작한 증시는 4월 초 5200까지 상승한 후 4월 19일 5000선이 살짝 무너졌다가 재상승하며 사상 최초로 5500선에 다다랐다.

VIX는 지난 4월15일주에 크게 상승하였다. VIX가 상대적으로 높은 지점에서 주식을 사고 VIX가 낮은 지점에서 매도한 투자자를 상상해 보자. 이러한 투자자는 주로 단기적 시장 변동을 정확하게 맞추는데 주력한다. 그러나 언제 주식을 사고 팔아야 할지 결정하는 것은 어렵다. VIX만 보더라도 모든 VIX 피크에서 사야 하는건지 아니면 큰 피크에서만 사야 하는 건지 답을 내기 힘들다. VIX가 올라가던 4월 15일주에 주식을 팔았는데 다시 사는 타이밍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는 쉽지 않은 문제이다.

만약 단순히 올해 내내 S&P 500을 사서 보유했다면 특히나 그 주식이 엔비디아와 같은 AI 관련 종목이었다면 VIX를 면밀히 추적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고 거래 비용도 부담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VIX가 훌륭하게 작동하는 시기도 있지만 후행적일 수 밖에 없다.

미국과 한국 모두 주식시장의 상승을 이끈 원동력은 연준의 통화정책 기대감이 아닌 기업 실적 성장이었다. S&P500과 코스피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지수 상승에도 오히려 하락했다는 점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베팅은 크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이번 상승장을 과거의 IT버블 시기나 금융위기 이후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을 필두로 한 대형 기술주 상승기와 다르다고 해석할 수 있는 이유이다.

보통 성장주는 수년 뒤의 강한 성장 기대를 바탕으로 멀티플이 먼저 올라가기 때문에 고점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지금은 매출 증가 → 이익 증가 → 투자 증가의 선순환 구조를 보인 기업들 중심으로 주가가 상승하였기 때문에 밸류에이션상 고평가 우려가 크지는 않다.

쏠림이 심하지만 이익 전망치의 상향 조정이 지속되는 한 주도주는 변하지 않는다. 변동성이 최저 수준에 근접해있어 주의는 필요하겠지만 당장은 이익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는지 투자 증가가 매출 증가로 이어지는지, 즉 외부환경이나 기술적 지표보다는 기업 본연의 펀더멘탈이 투자에 있어서 더 고려해야 할 요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