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랜드 스파오 제공
사진=이랜드 스파오 제공
"매일 와이셔츠에 땀 찬다고 힘들어했던 남편이 엄청나게 좋아해요."

직장인 남편을 둔 아내 은모 씨(35)는 "여름철 냉감 소재로 된 속옷을 주로 사 입었는데 이젠 와이셔츠나 슬랙스(바지)도 냉감 소재로 된 옷을 사서 입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냉감 소재로 된 '오피스룩'(출근용 복장)을 찾는 경우는 이뿐만이 아니다. 직장인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나 의류 공구(공동 구매) 관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회사에서도 입기 좋은 시원한 소재로 된 옷 추천받습니다'는 게시글이 상당수 올라와 있다.

여름철 시원한 착용감이 좋아 내의나 운동복으로 많이 찾던 냉감 의류가 범위를 넓혀 정장 재킷·청바지 같은 품목까지 점령하기 시작했다. 특히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내세운 SPA(제조·직매형 의류) 브랜드의 냉감 의류가 새로운 '오피스룩'으로 떠올랐다. 올해 여름이 평년보다 무더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패션업계가 냉감 패션 카테고리를 더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2일 이랜드월드의 SPA 브랜드 스파오에 따르면 냉감 소재를 사용한 여름용 청바지 '쿨진'(COOL JEAN) 라인업은 올해 누적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1% 늘었다. 통상 청바지는 두껍고 통풍이 잘되지 않아 무더위에 입기 힘들지만, 쿨진은 가볍고 얇은 경량 소재로 제작돼 여름에 가볍게 입을 수 있는 것이 특징.

스파오는 냉감 소재 등을 활용한 '쿨' 카테고리 라인업을 전년 대비 두 배 넘게 확대하고 발주 물량도 약 3배 늘렸다. 회사는 속옷, 티셔츠뿐 아니라 정장 재킷과 슬랙스, 니트, 청바지 등 150여종의 냉감 의류를 선보이고 있다. 2010년 자체 개발한 냉감 소재 '쿨테크'에 매년 기능성을 더하는 방식이다.
사진=이랜드 스파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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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직장인들이 출근용 복장으로 활용하기 좋은 반팔 니트와 정장 재킷, 슬랙스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반팔 니트는 통기성이 좋으면서도 톡톡한 짜임으로 내구성을 높였다. 냉감 니트는 남성과 여성 각각 6종, 4종으로 세분화해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재킷과 슬랙스는 리넨라이크, 폴리에스터 등 빠르게 열을 방출하는 냉감 소재로 제작해 착용감을 높였다.

가성비 전략이 소비자들에게 통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파오는 올해 냉감 의류 대표 상품인 여성용 속바지, 남성용 드로즈(맵시속바지) 등 이너웨어 가격을 기존 12900원에서 9900원으로 내렸다. 스파오 관계자는 "쿨라인 제품을 찾는 고객이 많아져 올해에는 관련 판매액이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면서도 냉감 소재를 적용한 의류를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인기 비결"이라고 귀띔했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를 통해 냉감 의류를 찾는 수요도 늘었다.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지그재그에 따르면 지난달 10~23일 '냉감 바지'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323% 늘었다. 같은 달 1일부터 16일 기준 롯데온에서는 '언더웨어 냉감 티셔츠' 매출이 약 50% 증가했다. 이커머스 플랫폼에 입점한 중소 패션 업체 브랜드도 '냉감 와이셔츠', '냉감 출근룩' 등 키워드를 달고 1만~2만원대 가성비 제품을 선보이는 추세로 파악됐다.

업계에서는 리넨, 모시 등 천연 소재뿐만 아니라 냉감 소재에 대한 연구 개발이 다양해지면서 관련 시장 규모가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비즈니스 리서치 컴퍼니에 따르면 글로벌 냉감 소재 시장 규모는 2020년 19억9000만달러(약 2조6400억원)에서 2025년 34억4000만달러(약 4조5600억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연평균 10% 이상 성장하는 셈이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더위가 심해지면서 냉감 소재를 활용한 와이셔츠 등 제품 카테고리의 확장이 계속되고 있다. 출근룩이 자율화된 지금도 여전히 직업 특성상 여름에 형식을 갖춰 입어야 하는 소비자가 많은 탓도 있다"며 "앞으로는 냉감 소재를 활용한 의류 카테고리가 더 다양해지고 냉감 소재를 활용한 잡화까지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