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5년… 기업 인사팀 '조사 가이드라인'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경 CHO Insight
조상욱 변호사의 '오피스빌런 리포트'
조상욱 변호사의 '오피스빌런 리포트'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5주년을 즈음해서 언론, 학계, 법조계에서 귀 담아 들을만한 진단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주로 △제도 개정(직장 내 괴롭힘 성립요건으로 지속·반복성 요건 추가, 노동위원회에 의한 구제제도 도입, 5인 미만 사업장 확대적용, 직장 내 괴롭힘의 독립적 구제), △운영 개선(예방 중심으로 컴플라이언스 쳬계 전환, 노동청 부담 경감과 전문성 제고 등)에 관한 논의가 많다. 최근 들어서는 허위신고 등 직장 내 괴롭힘 제도 남용(소위 '을질')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경향도 보인다.
위 주제들은 모두 올바른 직장 내 괴롭힘 제도 정립과 운영을 위해 다 같이 고민해야 할 장기적 의제다. 이번 글에서는 조금 시각을 달리해서, 기업 입장에서 2019년 도입 이래 직장 내 괴롭힘 제도가 기업 실무상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지, 그 변화에 기업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기업에게 제도 도입 후 가장 피부에 와닿는 큰 변화라면 적정한 조사절차 운영에 관심이 높아지고 또 실제 중요성이 부각된 점이 아닐까 한다. 이런 흐름은 앞으로 계속 이어질 뿐만 아니라 더 거세질 것이다.
근로기준법은 기업이 직장 내 괴롭힘을 인지한 경우 신속하게 조사하도록 하고 피해자 보호조치, 가해자에 대한 징계 등 조치, 비밀보장 등 조사 절차상 기업이 유의할 사항을 두루 다루고 있다. 그 위반이 있으면 기업은 과태료 처벌도 받게 된다.
이러한 제도 내용, 그리고 절차 공정에 대한 기업 구성원들의 전반적 인식 제고에 따라, 조사 과정에서 이전에는 흔치 않던 절차적 문제가 실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그 종류와 양상이 다양해지고 있다. 주로 △분리조치 실행과 해제 방법 △조사시 변호사 참여 △조사단 구성 방법 △조사 공개의 수위와 시기 △외부 조사를 의뢰할 때 개인정보 보호 문제 △소위 맞신고 처리방안 등을 들 수 있다.
조사의 마무리 단계에서 사실 확정의 책임이 분산되고 복잡해지는 경향도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징계위원회가 단독으로 사실 확정을 하는 것이 지양되고 △외부 전문가 조사 △직원으로 구성된 심사단 판단 △노사가 동등하게 참여하는 특별위원회 조사 결과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 중 외부 전문가 조사에 관해서는 사안이 중하면 복수 전문가에게 의견을 구하는 경우까지도 종종 볼 수 있다.
이렇듯 조사 절차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운영상 상당한 부담이 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는 적정 절차를 강조하는 직장 내 괴롭힘의 제도적 특성, 그리고 직장 내 괴롭힘 문제 심각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제고에 뿌리를 둔다. 되돌아 보면 필연적인 전개가 아니었는지 생각되기도 한다. 또, 이런 흐름은 결과적으로 조사 공정과 분쟁의 조기 해결에 매우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기업은 이런 큰 흐름을 적극 수용하고, 앞으로 적정한 조사 절차 확립과 그 운영 수준 제고에 노력해야 한다.
기업이 특히 유의해야 할 사항을 몇 가지 정리해본다.
우선, 현실적 조사 제도를 구축할 필요성이다. 현실에 맞지 않을 정도로 스스로를 옭아매는 과도한 기준을 세우고 있지 않은지, 그로써 불필요한 분쟁의 빌미를 주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봐야 한다. 예컨대 내부 규정상 조사기간을 너무 단기간으로 잡아 기간 연장의 여지를 두지 않으면, 조사를 서두르게 되고 그 기간을 지키지 못할 때 예상치 못한 분란이 일어난다. 아마 조사를 신속히 진행하려는 좋은 취지로 둔 규정이겠지만, 직장 내 괴롭힘 조사는 생각처럼 쉽게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분리조치 기간을 지나치게 장기간으로 고정해 두거나 분리조치 내용을 미리 상세하게 정하는 것도 마찬가지 문제가 있다.
다음으로 피신고인 방어권의 적정한 보장이다.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제도는 피해자 권리 보호를 중점적으로 규율하며, 법원도 대체로 피신고인 방어권을 적극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조사를 실행하는 기업이 피신고인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당장 절차 운영상 지장이 초래되고 종국에는 법적 분쟁으로 번질 위험이 크다.
피신고인 방어권은 법과 판결이 가이드를 제시하지 못해 기업의 건전한 판단이 더 중요해진 문제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기업은 조사 과정에서 △면담에 앞서 조사대상에 관한 충분한 설명과 방어 준비의 기회를 주고 △조사 과정에서 피신고인 반론이나 맞신고를 빠짐없이 검토하며 △조사 범위가 합리적 근거 없이 확대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세번째로는 무분별한 녹취 관행의 적절한 규제다. 직장 안팎에서 수많은 녹취가 이루어지고 조사 과정에서 그 녹취 내용이 증거로 제시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런 녹취는 분명히 긍정적 역할이 있다. 예컨대, 가해자와 피해자 둘 만 참여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대화에 대한 녹취는 직장 내 괴롭힘 사실 인정에 결정적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녹취가 무제한 허용되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극단적으로 신고인이 직장 내 괴롭힘 증거 수집을 위하여 모든 직장 내 대화를 녹취한다고 해보자. 원만한 협업을 하기 어렵고 직장 내 질서가 심하게 훼손된다. 피신고인이 조사 면담이나 본인에게 유리한 제3자 진술을 동의없이 녹취하고 심지어 공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는 방어권 남용이고 2차 가해다.
이미 여기저기서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하여 이루어지는 무분별한 녹취의 문제를 지적하고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아쉽게도 당사자들의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거나 조사 실무상 그런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고 있다는 조짐은 아직 감지되지 않는다. 앞으로 기업은 현행 법을 위반하거나 상식을 벗어난 무분별한 녹취를 적극적으로 규제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예컨대, 사내 규정상 일정한 제한을 가하고 적절한 제재를 가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공정한 사실(fact) 확정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현상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대응이다.
직장 내 괴롭힘의 정의는 직관적이고 간단하고, 법리상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구체적 사건에서 실제 인지된 사실이 발생했는지를 확정하는 것과, 그 확정된 사실이 직장 내 괴롭힘 요건을 충족하는지 판단이 어려운 것이다. 비유하자면, 한번 이해하면 끝나는 덧셈과 뺄셈이 아니라, 이에 더해 응용력과 판단력이 필요한 고차 방정식 풀이다.
자문이나 실무자 대상 교육 과정에서는 당사자간 주장이 엇갈릴 때 사실 확정 방법과 직장 내 괴롭힘 인정 여부가 빠짐없이 논의되는 현상은 기업이 이 문제로 겪는 고충을 잘 보여준다. 1년을 훌쩍 넘는 기간에 걸쳐 당사자 주장을 대조하고 판단하는 법원에게도 이 문제는 어렵다. 실무자가 어려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와 관련, 우선 기업은 편의적으로 사실 확정을 하고 신고를 덮으려는 유혹을 떨쳐야 한다. 아주 예외적 경우가 아니면 기업은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어떤 사안이든 가부간 최선의 판단을 내릴 수 있고, 또 그럴 책임이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당사자 진술 외 증거가 없더라도 진술의 신빙성을 고려하여 사실을 인정할 수도 있다.
그리고 사실 확정과 판단에서 무엇보다 편견(bias)을 경계하고 그 동안 법원이 쌓아온 법리에 충실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확정하려면 막연한 심증이 아닌 증거에 기반한 고도의 개연성 있는 입증이 필요하다. 정신적 고통도 피해자의 처지에 있는 평균적, 일반적 개인이 고통을 느꼈는지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
제도적으로는 실무자를 타깃으로 하는 질 높은 사실 확정과 판단을 위한 전문 교육의 시행이 필요하다. 직장 내 괴롭힘 제도를 평면적으로 소개하는 교육에서 벗어나 △면담 준비와 실행 △사실 확정 △조사보고서 작성 등 조사를 위한 전문적 사항을 다루는 체계적 교육을 말한다. 단, 성격상 이는 개별 기업의 책임으로만 돌릴 문제는 아니다. 당국과 직장 내 괴롭힘 제도의 개선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든 이들이 힘을 합쳐 체계적 교육프로그램 개발, 실행, 보급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도입 후 5년이 지났다면 어떤 제도라도 초기 도입과 적응 시기라 할 수는 없다. 그 동안 많은 비판이 있었지만, 직장 내 괴롭힘 제도는 2019년 도입 이래 우리 사회 전반의 기업 문화에 대한 기대 수준을 높이고, 억울한 피해자를 구제하는데 나름대로 큰 성과를 거두었다. 이제 법 시행 5년을 맞아 다음 단계로 제도 운영 수준을 높이는 것을 도모할 때다. 그 일환으로, 기업은 공정한 조사 절차의 확립과 운영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노동조사센터장
위 주제들은 모두 올바른 직장 내 괴롭힘 제도 정립과 운영을 위해 다 같이 고민해야 할 장기적 의제다. 이번 글에서는 조금 시각을 달리해서, 기업 입장에서 2019년 도입 이래 직장 내 괴롭힘 제도가 기업 실무상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지, 그 변화에 기업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기업에게 제도 도입 후 가장 피부에 와닿는 큰 변화라면 적정한 조사절차 운영에 관심이 높아지고 또 실제 중요성이 부각된 점이 아닐까 한다. 이런 흐름은 앞으로 계속 이어질 뿐만 아니라 더 거세질 것이다.
근로기준법은 기업이 직장 내 괴롭힘을 인지한 경우 신속하게 조사하도록 하고 피해자 보호조치, 가해자에 대한 징계 등 조치, 비밀보장 등 조사 절차상 기업이 유의할 사항을 두루 다루고 있다. 그 위반이 있으면 기업은 과태료 처벌도 받게 된다.
이러한 제도 내용, 그리고 절차 공정에 대한 기업 구성원들의 전반적 인식 제고에 따라, 조사 과정에서 이전에는 흔치 않던 절차적 문제가 실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그 종류와 양상이 다양해지고 있다. 주로 △분리조치 실행과 해제 방법 △조사시 변호사 참여 △조사단 구성 방법 △조사 공개의 수위와 시기 △외부 조사를 의뢰할 때 개인정보 보호 문제 △소위 맞신고 처리방안 등을 들 수 있다.
조사의 마무리 단계에서 사실 확정의 책임이 분산되고 복잡해지는 경향도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징계위원회가 단독으로 사실 확정을 하는 것이 지양되고 △외부 전문가 조사 △직원으로 구성된 심사단 판단 △노사가 동등하게 참여하는 특별위원회 조사 결과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 중 외부 전문가 조사에 관해서는 사안이 중하면 복수 전문가에게 의견을 구하는 경우까지도 종종 볼 수 있다.
이렇듯 조사 절차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운영상 상당한 부담이 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는 적정 절차를 강조하는 직장 내 괴롭힘의 제도적 특성, 그리고 직장 내 괴롭힘 문제 심각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제고에 뿌리를 둔다. 되돌아 보면 필연적인 전개가 아니었는지 생각되기도 한다. 또, 이런 흐름은 결과적으로 조사 공정과 분쟁의 조기 해결에 매우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기업은 이런 큰 흐름을 적극 수용하고, 앞으로 적정한 조사 절차 확립과 그 운영 수준 제고에 노력해야 한다.
기업이 특히 유의해야 할 사항을 몇 가지 정리해본다.
우선, 현실적 조사 제도를 구축할 필요성이다. 현실에 맞지 않을 정도로 스스로를 옭아매는 과도한 기준을 세우고 있지 않은지, 그로써 불필요한 분쟁의 빌미를 주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봐야 한다. 예컨대 내부 규정상 조사기간을 너무 단기간으로 잡아 기간 연장의 여지를 두지 않으면, 조사를 서두르게 되고 그 기간을 지키지 못할 때 예상치 못한 분란이 일어난다. 아마 조사를 신속히 진행하려는 좋은 취지로 둔 규정이겠지만, 직장 내 괴롭힘 조사는 생각처럼 쉽게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분리조치 기간을 지나치게 장기간으로 고정해 두거나 분리조치 내용을 미리 상세하게 정하는 것도 마찬가지 문제가 있다.
다음으로 피신고인 방어권의 적정한 보장이다.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제도는 피해자 권리 보호를 중점적으로 규율하며, 법원도 대체로 피신고인 방어권을 적극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조사를 실행하는 기업이 피신고인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당장 절차 운영상 지장이 초래되고 종국에는 법적 분쟁으로 번질 위험이 크다.
피신고인 방어권은 법과 판결이 가이드를 제시하지 못해 기업의 건전한 판단이 더 중요해진 문제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기업은 조사 과정에서 △면담에 앞서 조사대상에 관한 충분한 설명과 방어 준비의 기회를 주고 △조사 과정에서 피신고인 반론이나 맞신고를 빠짐없이 검토하며 △조사 범위가 합리적 근거 없이 확대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세번째로는 무분별한 녹취 관행의 적절한 규제다. 직장 안팎에서 수많은 녹취가 이루어지고 조사 과정에서 그 녹취 내용이 증거로 제시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런 녹취는 분명히 긍정적 역할이 있다. 예컨대, 가해자와 피해자 둘 만 참여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대화에 대한 녹취는 직장 내 괴롭힘 사실 인정에 결정적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녹취가 무제한 허용되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극단적으로 신고인이 직장 내 괴롭힘 증거 수집을 위하여 모든 직장 내 대화를 녹취한다고 해보자. 원만한 협업을 하기 어렵고 직장 내 질서가 심하게 훼손된다. 피신고인이 조사 면담이나 본인에게 유리한 제3자 진술을 동의없이 녹취하고 심지어 공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는 방어권 남용이고 2차 가해다.
이미 여기저기서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하여 이루어지는 무분별한 녹취의 문제를 지적하고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아쉽게도 당사자들의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거나 조사 실무상 그런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고 있다는 조짐은 아직 감지되지 않는다. 앞으로 기업은 현행 법을 위반하거나 상식을 벗어난 무분별한 녹취를 적극적으로 규제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예컨대, 사내 규정상 일정한 제한을 가하고 적절한 제재를 가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공정한 사실(fact) 확정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현상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대응이다.
직장 내 괴롭힘의 정의는 직관적이고 간단하고, 법리상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구체적 사건에서 실제 인지된 사실이 발생했는지를 확정하는 것과, 그 확정된 사실이 직장 내 괴롭힘 요건을 충족하는지 판단이 어려운 것이다. 비유하자면, 한번 이해하면 끝나는 덧셈과 뺄셈이 아니라, 이에 더해 응용력과 판단력이 필요한 고차 방정식 풀이다.
자문이나 실무자 대상 교육 과정에서는 당사자간 주장이 엇갈릴 때 사실 확정 방법과 직장 내 괴롭힘 인정 여부가 빠짐없이 논의되는 현상은 기업이 이 문제로 겪는 고충을 잘 보여준다. 1년을 훌쩍 넘는 기간에 걸쳐 당사자 주장을 대조하고 판단하는 법원에게도 이 문제는 어렵다. 실무자가 어려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와 관련, 우선 기업은 편의적으로 사실 확정을 하고 신고를 덮으려는 유혹을 떨쳐야 한다. 아주 예외적 경우가 아니면 기업은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어떤 사안이든 가부간 최선의 판단을 내릴 수 있고, 또 그럴 책임이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당사자 진술 외 증거가 없더라도 진술의 신빙성을 고려하여 사실을 인정할 수도 있다.
그리고 사실 확정과 판단에서 무엇보다 편견(bias)을 경계하고 그 동안 법원이 쌓아온 법리에 충실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확정하려면 막연한 심증이 아닌 증거에 기반한 고도의 개연성 있는 입증이 필요하다. 정신적 고통도 피해자의 처지에 있는 평균적, 일반적 개인이 고통을 느꼈는지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
제도적으로는 실무자를 타깃으로 하는 질 높은 사실 확정과 판단을 위한 전문 교육의 시행이 필요하다. 직장 내 괴롭힘 제도를 평면적으로 소개하는 교육에서 벗어나 △면담 준비와 실행 △사실 확정 △조사보고서 작성 등 조사를 위한 전문적 사항을 다루는 체계적 교육을 말한다. 단, 성격상 이는 개별 기업의 책임으로만 돌릴 문제는 아니다. 당국과 직장 내 괴롭힘 제도의 개선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든 이들이 힘을 합쳐 체계적 교육프로그램 개발, 실행, 보급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도입 후 5년이 지났다면 어떤 제도라도 초기 도입과 적응 시기라 할 수는 없다. 그 동안 많은 비판이 있었지만, 직장 내 괴롭힘 제도는 2019년 도입 이래 우리 사회 전반의 기업 문화에 대한 기대 수준을 높이고, 억울한 피해자를 구제하는데 나름대로 큰 성과를 거두었다. 이제 법 시행 5년을 맞아 다음 단계로 제도 운영 수준을 높이는 것을 도모할 때다. 그 일환으로, 기업은 공정한 조사 절차의 확립과 운영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노동조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