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창구단일화 '합헌'… "원청의 교섭의무 인정 안된다"
필자는 지난 주 이해관계인 고용노동부를 대리하여 수행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소정 교섭창구단일화 관련 3건의 헌법재판에서 합헌결정을 받았다(2020헌바237, 2021헌마1334, 2022헌바237). 청구인들은 교섭창구단일화 관련 노동조합법 조항이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소수 노동조합 및 그 소속 조합원의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본건 헌법재판을 청구하였다. 구체적으로, 본건 조항 중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복수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경우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하여 교섭을 요구하도록 하는 조항들(제1조항)과 자율적으로 교섭창구를 단일화하지 못하거나 사용자가 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기로 동의하지 않은 경우 과반수 노동조합이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도록 하는 조항들(제2조항)이 청구인들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하고, 교섭대표노동조합에 의해 주도되지 아니한 쟁의행위를 금지하는 조항들(제3조항)은 청구인들의 단체행동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특히 청구인들은 제1조항과 제2조항이 과잉금지원칙의 요건 중 피해의 최소성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①노동조합법은 개별교섭 동의 조항(제29조의2 제1항 단서), 교섭단위 분리 조항(제29조의3 제2항)을 두는 등 복수노조가 존재하는 모든 상황에 있어서 교섭창구단일화를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②소수 노조는 다른 노동조합과의 위임 내지 연합 등의 방법으로 과반수 노동조합이 되어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될 수도 있다는 점(제29조의2 제4항), ③현행 법체계상 교섭대표노동조합 및 사용자가 공정대표의무를 부담하고 있어 소수노조의 권익은 고려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본건 노동조합법 조항이 피해의 최소성 요건을 충족한다는 고용노동부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또한 청구인들은 제3조항이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않은 노동조합 및 그 조합원의 쟁의권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도 하지 않아 단체행동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①교섭대표노동조합이 쟁의행위를 주도하도록 하는 것은 근로조건을 통일하기 위한 목적에 부합하는 적합한 수단이라는 점, ②교섭대표노동조합이 결정된 경우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쟁의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소속 전체 조합원의 직접, 비밀, 무기명 투표에 의한 재적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노동조합법 제41조 제1항)는 등 소수노조가 쟁의행위에 개입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3조항이 피해의 최소성 요건도 충족한다는 고용노동부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위헌결정이 합헌결정보다 훨씬 주목을 받기 마련이다. 기존의 법률체계를 변경시키고, 그로 인해 우리의 현실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반면 합헌결정은 기존의 현실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불과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진다. 더군다나 노동조합법상 교섭창구단일화 제도는 2012. 4. 24. 헌법재판소로부터 합헌결정을 받은 바가 있다(2011헌마338). 그러나 이러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를 둘러싼 노사관계 현실이나 시대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현재 원청이 하청 노동조합의 교섭요구에 응하여야 하는 사용자인지 여부가 대법원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필자는 현행법 해석상으로는 원청의 교섭의무를 인정할 수 없다는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법해석은 문언적 해석을 원칙으로 하고, 문언적 해석이 명확하지 않을 때 법을 체계적으로 살펴야 한다. 노동조합법에는 제대로 된 사용자 개념정의가 없고(노동조합법 제2조 제2호의 사용자 정의는 사용자 범주를 선언한 것일 뿐이다), 원청이 사용자에 포함될 수 있는지 여부는 문언상 분명치 않다. 다음 단계로서 법체계 전체를 살펴야 하는데, 이 때 일차적으로 살펴야 하는 법은 실정법률이고, 그 다음이 헌법이다. 그런데 현행 노동조합법에서 원청의 교섭의무를 인정하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교섭창구단일화 규정과 서로 부합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현행 노동조합법은 원청의 교섭의무를 상정하지 않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올바른 법해석이다.

하급심 판결 중에는 실정법 규정인 교섭창구단일화 제도를 무시하고 헌법적 담론만을 논거로 원청의 교섭의무를 인정한 것이 있다. 헌법상 단체교섭권은 주(主)고 노동조합법상 교섭창구단일화 제도는 종(從)이므로, 종이 주인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해석은 종이 주인을 배신한 경우(즉, 위헌인 경우)에만 가능한 해석이다. 종이 주인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면 주인이라도 종을 함부로 업신여길 수는 없는 것이다. 만약 법률관계를 실정법을 무시하고 헌법적 담론으로만 해석할 수 있다면, 우리의 복잡다단한 법체계는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

현행 노동조합법 해석상 원청이 하청 노동조합의 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다는 해석은 노동조합법에서 정한 교섭창구단일화 규정이 위헌일 경우에만 가능한 해석이다. 그러나, 교섭창구단일화 규정은 주인인 단체교섭권의 충실한 종이다. 종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는데, 주인의 의사를 마음대로 추정하여 불성실한 종이라고 타박할 수는 없는 것이다. 원청의 교섭의무 유무를 해석할 때는 헌법재판소가 교섭창구단일화 규정이 헌법에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두 번이나 선언하였다는 점을 반드시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노동그룹장/중대재해대응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