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 종합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의 한 대형 종합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뉴스1
병원으로 복귀한 전공의와 전임의(펠로우)들의 개인정보가 담긴 '블랙리스트'가 사횐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1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의료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병원으로 복귀한 전공의나 전임의들 신상이 담긴 명단을 만들어 조롱하고 있다는 사연이 적지 않게 게시되고 있다.

병원으로 돌아온 전공의들을 '참의사'로 이름 붙이고 명단을 제작해 공유하고 있다는 것. 참의사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온 당사자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한 누리꾼은 지난달 말 메디스태프에 공유된 전공의·전임의 근무현황표를 블라인드를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이 누리꾼은 "대한전공의협의회 수뇌부가 대학병원 망할 때까지 협상 안 한다고 하면서 전부 훼방놓고 아무것도 안 하는 걸로 알고 올해는 그냥 포기하고 일 시작했다"며 "강대강 진짜 지겹다"고 토로했다.

이어 "3개월 시간 있을 때 탕핑(躺平·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음)하지 말고 단식도 하고 삭발도 하든가 아무것도 안 해놓고 사람 명단 만들어 자살시키려고 하는 강경파 전공의들에게 치가 떨린다"며 "얘네들 조사해서 신상 좀 털어달라"고 했다.

반면, 명단을 작성한 당사자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전대미문의 사태에서 부역자들은 반드시 기억한다는 걸 모두 알아야 할 것 같아 하루종일 리스트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집계를 보면 지난달 26일 전국 수련병원 211곳의 전공의 출근율은 7.7%에 불과하다. 메디스태프에는 지난 3월에도 환자 곁을 지키는 전공의를 참의사라고 조롱하면서 개인정보를 공개한 글이 게시돼 논란이 일었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의사 5명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이번에 올라온 '참의사 리스트'도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지난 2월 시작된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 공백 사태는 5개월 가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뾰족한 수를 만들어내지 못한 상황이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