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선가지수 가파르게 오르자 조선株 주가 껑충
무조건 실적 개선까지 이어지는 건 아냐

예상과 달리 선박 건조까지 비용 부담 높아
실적 발표 후 자칫 실망 매물 쏟아질 가능성도
한화오션 대형 크레인. /사진=연합뉴스
한화오션 대형 크레인. /사진=연합뉴스
새로 건조된 선박의 평균 가격을 나타내는 신조선가지수 상승은 통상 조선주 주가에 호재로 여겨지지만 전문가들은 선박 건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환율과 원자재 가격, 인건비, 생산성 등을 두루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될 것이란 기대와 달리 매년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발표할 수 있단 이유에서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중공업한화오션의 주가는 각각 5.67%, 5.72%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6.41%)에 근접했다. HD한국조선해양 주가는 잇따른 대형 수주에 힘입어 22.6%나 급등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전날에도 아프리카 선사와 석유화학제품 운반선(PC선) 4척에 대한 총 2667억원 규모의 건조계약을 체결했단 소식을 전했다.

조선주들은 최근 신조선가지수 상승에 힘입어 동반 상승하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가 발표한 지난 5월 신조선가지수는 186.42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달 21일엔 187.24으로 집계됐다. 조선업 호황이 절정기이자 역대 최고점인 2008년 8월 지수(191.51)에 빠르게 다가가고 있다.

신조선가지수는 새로 발주되는 선박의 가격을 지수화한 것으로, 현재 조선업계 상황과 함께 향후 조선업체의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신조선가지수 상승은 주식시장에서 조선사들의 영업이익률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있어 조선주의 호재로 불린다.

하지만 신조선가지수가 무조건 조선사들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조선가지수가 역대 최고점을 기록했던 2008년에 선박들을 수주했던 조선주들의 영업이익률은 예상치를 큰 폭으로 하회했다. 연평균 톤(t)당 99만원에 불과하던 후판 가격이 2011년과 2012년 건조 시점에 톤당 108만원, 109만원으로 약 10% 상승하면서 비용 부담을 키웠다. 또 일반용접공의 인건비도 10만2000원에서 12만3000원으로 20% 늘어나면서다.

2008년 당시 시장이 전망한 대형 조선사들의 2011년과 2012년 영업이익률 추정치는 각각 12.8, 13.2%에 달했으나 실제론 8.4%와 4.5%에 불과했다. 현재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2008년 당시보다 85% 넘게 급등했으며, 일반용접공의 하루 임금도 2008년보다 3배 가까이 오른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인건비 부문을 눈여겨보라고 조언한다. 타 비용과 달리 한번 오르면 다시 하락 가능성이 거의 없는 데다가 인건비가 10%가량 오르면 조선사 영업이익률은 1.8~1.9%포인트 하락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나아가 급등했던 조선주 주가가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 발표에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신조선가지수 상승과 조선사들의 이익 사이의 관계는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다"면서 "조선사는 갈수록 선박 건조 비용이 커지는 구조인 만큼 수주 당시 잡았던 영업이익률 개선에 대한 눈높이는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