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공시 쏟아졌던 이 제도, 내년 하반기부턴 금융 상장사도 적용
기업이 재무정보를 전산언어로 입력해 공시하는 체계인 확장 국제표준전산언어(XBRL)가 내년 반기보고서부터 금융업 상장법인에도 적용된다. 기업들은 도입을 앞두고 긴장하는 분위기다. 지난 3월 연간 사업보고서에 XBRL 주석 공시를 처음으로 시작한 상장사 156개사 중 4분의 1이상인 42개사가 대거 '정정공시 대란'을 겪은 전례가 있어서다.

1일 금융감독원은 금융업 상장법인 중 개별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인 곳에 대해 2025년 반기보고서부터 XBRL 주석 재무공시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코스닥에 상장한 금융업 상장법인 중 자산총액 10조원이 넘는 법인은 내년 8월 제출하는 반기보고서부터 재무제표를 본문과 주석까지 XBRL로 작성해 공시해야 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에 해당하는 금융사는 작년 결산 기준 27개사다.

금감원은 개별자산총액 2조원 이상 10조원 미만 금융사(작년 결산 기준 14개사)에 대해선 2026년 8월 제출하는 2026년도 반기보고서부터, 2조원 미만 금융사(작년 결산 기준 93개사)에는 2027년 8월 제출하는 2027년도 반기보고서부터 XBRL 주석 재무공시를 적용할 방침이다. 금감원과 유관기관 등의 지원 인력, 회계법인 가용 상황 등을 고려해 자산규모별 그룹을 나눠 단계적으로 제도를 적용한다는 설명이다.

금감원은 이날 주요 은행을 비롯한 금융업 비상장법인에 대해서도 XBRL 주석 재무공시를 도입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금융업 비상장법인은 기존엔 재무제표 본문에 대해서만 XBRL을 쓰고 있다. 금감원은 "주요 은행 등 금융업 비상장법인에 대해선 금융업 상장법인의 XBRL 주석 재무공시가 안착된 이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XBRL은 기업이 재무정보를 전산언어로 입력해 공시하는 체계를 뜻한다. 올해 기준 자산 2조원 이상 비금융 상장사 156곳이 주석 공시에까지 적용하고 있다. 내년엔 자산 5000억원 이상 비금융 상장사도 올해 사업보고서에 XBRL 주석 공시를 해야 한다.

XBRL을 적용하면 재무공시 각 항목에 대해 분류체계(택소노미)를 적용해 전산 식별코드(태그)를 붙여 입력해야 한다. 기업이 전자공시 시스템에 PDF 문서나 JPG 이미지를 첨부하고, 주요 수치만을 DART 시스템에 입력하는 기존 방식에 비해 과정이 복잡하다.
정정공시 쏟아졌던 이 제도, 내년 하반기부턴 금융 상장사도 적용
기업들은 걱정이 큰 분위기다. XBRL 주석 공시는 품이 많이 드는데다가 시스템과 체계가 복잡해 오류가 나기 쉬워서다. 지난 3월엔 비금융 상장사들이 XBRL 주석 공시 오류·오기입 등으로 인해 총 42개사가 대거 2023년도 사업보고서 정정공시를 내는 '정정공시 대란'을 빚기도 했다.
정정공시 쏟아졌던 이 제도, 내년 하반기부턴 금융 상장사도 적용
XBRL을 도입하는 과정엔 기본적으로 품이 많이 든다. 수치를 전산 데이터로 입력하려면 재무 정보마다 어떤 태그를 붙여야 할지 일일이 분류하는 '태깅' 작업이 필요해서다. 국제 XBRL협회에 따르면 기업 규모와 구조 등에 따라 이같은 과정이 통상 600~1500항목에 대해 이뤄진다.

금감원 등은 상장사와 회계법인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공시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줄인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XBRL 주석 공시 시범 제출을 해볼 수 있는 시스템을 연중 가동하고, 실무 교육을 실시하는 등 유관기관과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며 "연내 XBRL 재무제표·주석 작성 매뉴얼도 내놓겠다"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