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시장에서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주식형 펀드의 성과가 비교적 괜찮은 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로 몰려가고 있는 데다 거래가 간편한 상장지수펀드(ETF)가 공모펀드 대체재로 자리 잡은 영향이다.

수익률 좋은데 '자금 썰물'…해외 주식에 밀린 국내 펀드
1일 신영증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에서 올 상반기 1조4301억원이 순유출됐다. 연초까지만 해도 설정액 1조원을 웃도는 ‘공룡 펀드’였던 ‘신영밸류고배당’은 최근 9524억원 수준으로 설정액이 쪼그라들었다. ‘미래에셋코어테크’와 ‘교보악사파워인덱스’도 각각 설정액이 1287억원, 966억원 감소했다. 국내 주식형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 중 규모가 가장 큰 ‘마이다스책임투자’는 설정액이 연초 대비 325억원 줄었다.

성적만 놓고 보면 코스피지수나 코스닥지수를 웃도는 공모펀드가 많았다. 신영밸류고배당과 마이다스책임투자는 연초 대비 각각 12.3%, 10.7%의 수익률을 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4.79%) 상승률을 훌쩍 뛰어넘은 성과다. 미래에셋코어테크도 상반기 15%에 달하는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중소형주에 집중 투자하는 공모펀드는 30%가 넘는 수익률을 냈다. 브레인코스닥벤처는 상반기 34.1%의 수익률을 내 전체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코스닥벤처펀드는 공모주 물량의 30%를 우선 배정받기 때문에 경쟁률이 높은 공모주 물량을 많이 확보해 높은 수익률을 낸 것으로 분석된다. 이 밖에 케이씨지아이더우먼(30%)과 트러스톤핀셋중소형(28.5%)이 두 자릿수 수익률을 올렸다.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에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은 국내 투자자가 해외 증시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해외주식형 펀드의 설정액은 올 상반기 6조3251억원 증가했다. 미국(24.13%), 인도(23.41%), 일본(16.1%) 등 해외주식형 펀드가 같은 기간 국내 증시를 압도하는 수익률을 거뒀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 투자자들도 수수료가 저렴하고 거래도 간편한 ETF 시장으로 몰려가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많은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가 벤치마크인 코스피지수에 견줘 성과가 좋지만 최근 해외 주식 열풍에 투자자들 사이에서 비교 대상이 미국 S&P500지수 등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