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5조3000억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 기조 속에 ‘영끌 빚투’(영혼까지 끌어모아 빚 내서 투자)가 만연하던 2021년 7월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매매가 늘어나며 주택담보대출이 지난 6월에만 6조원 가까이 급증한 결과다.

은행 가계대출 5.3조 증가…3년來 최대폭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주요 은행의 6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08조5723억원으로 전월 말(703조2308억원) 대비 5조3415억원(0.8%) 증가했다. 월간 가계대출 증가폭은 2021년 7월(6조2009억원) 후 2년11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2021년 7월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연 0.5%로 유지하던 시기다.

지난달 가계대출이 급증한 가장 큰 원인은 주담대다.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월 말 546조3060억원에서 6월 말 552조1526억원으로 한 달 새 5조8467억원(1.1%) 늘었다. 코로나19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던 2020년 10월(1.1%)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매매가 활성화된 점이 주담대 급증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계약일 기준)은 올 5월 1~29일 기준 4935건으로, 2021년 5월(5045건) 후 3년 만에 가장 많았다.

지난 6월 거래량은 5월보다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거래된 주택의 신고 기한은 오는 7월 말까지인데, 6월 29일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의 6월 거래량이 3203건에 달했다. 특히 지난달엔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가 연 2%대까지 떨어진 시기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전세대출 잔액도 2400억원 늘었다. 전세대출 잔액은 2022년 10월부터 올 4월까지 19개월 연속 전월 대비 감소하다가 5월 증가 전환했고, 6월까지 2개월 연속 늘었다. 반면 5대 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5월 말 102조9924억원에서 6월 말 102조7781억원으로 2143억원(0.2%) 줄었다.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은 6월 한 달 동안 24조7262억원(4%) 늘었다. 요구불예금은 대표적인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꼽힌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