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정무장관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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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좀 들어오세요.” 1997년 12월 15대 대선을 코앞에 두고 터진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의 비자금 파문이 정국을 뒤흔들 때 김영삼 대통령은 홍사덕 정무장관을 긴급 호출했다. 여당이던 신한국당에선 수사 착수를 강력 요구하고 있었다. 홍 장관은 “검찰이 정치를 대신하게 할 수는 없다”며 김 대통령을 설득했고, ‘수사 불가’로 정리됐다. 수사했다면 선거 결과는 어떻게 달라졌을지 알 수 없다.
‘사람이 자리를 키운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게 정무장관직이다. 무임소장관, 특임장관으로 불리기도 했다. 과거 정부조직법상 정무장관의 역할은 ‘대통령 또는 그의 명을 받은 국무총리가 지정하는 소관사무 처리’로 돼 있다. 소관 업무가 구체적이지 않아 자칫 힘없는 장관이 될 수 있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 대통령의 정국 구상이 현실 정치에 투영되도록 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거친 야당을 상대로 민감한 이슈를 노련하게 조율하려면 산전수전을 겪은 백전노장의 정치인은 필수다.
김윤환 전 의원은 세 번, 김덕룡 전 의원은 두 번 장관을 지냈으며, 이종찬·김동영·최형우·서청원·이재오(특임장관) 전 의원 등 2인자, 대통령 오른팔, 복심(腹心)들이 이 자리를 거친 이유다. 박철언 장관은 3당 합당을 주도하고, 대북 정책에도 적극 관여하면서 정무장관실을 부통령실로 만들었다는 말까지 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무장관직을 부활하기로 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회와 정부의 실질적인 소통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정무수석도 있지만 일상 업무에 매이지 않고 여야, 정부와 때론 내밀한 얘기를 나누기엔 한계가 있다. 지금 내각은 사면초가 상황이다. 특검, 탄핵 정국으로 내달리는 거대 야당은 한 치의 틈도 주지 않으려는 태세다. 여당은 대표 경선을 앞두고 자중지란에 빠져 윤석열 정부 정책을 뒷받침할 법안들이 뒷전으로 밀려 있다. 새로 임명될 정무장관의 어깨가 무겁고, 지혜와 노련함이 절실하다. 행여 대통령의 신임을 뒷배경으로 호가호위(狐假虎威)할 인물을 뽑거나 위인설관(爲人設官)이 된다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사람이 자리를 키운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게 정무장관직이다. 무임소장관, 특임장관으로 불리기도 했다. 과거 정부조직법상 정무장관의 역할은 ‘대통령 또는 그의 명을 받은 국무총리가 지정하는 소관사무 처리’로 돼 있다. 소관 업무가 구체적이지 않아 자칫 힘없는 장관이 될 수 있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 대통령의 정국 구상이 현실 정치에 투영되도록 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거친 야당을 상대로 민감한 이슈를 노련하게 조율하려면 산전수전을 겪은 백전노장의 정치인은 필수다.
김윤환 전 의원은 세 번, 김덕룡 전 의원은 두 번 장관을 지냈으며, 이종찬·김동영·최형우·서청원·이재오(특임장관) 전 의원 등 2인자, 대통령 오른팔, 복심(腹心)들이 이 자리를 거친 이유다. 박철언 장관은 3당 합당을 주도하고, 대북 정책에도 적극 관여하면서 정무장관실을 부통령실로 만들었다는 말까지 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무장관직을 부활하기로 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회와 정부의 실질적인 소통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정무수석도 있지만 일상 업무에 매이지 않고 여야, 정부와 때론 내밀한 얘기를 나누기엔 한계가 있다. 지금 내각은 사면초가 상황이다. 특검, 탄핵 정국으로 내달리는 거대 야당은 한 치의 틈도 주지 않으려는 태세다. 여당은 대표 경선을 앞두고 자중지란에 빠져 윤석열 정부 정책을 뒷받침할 법안들이 뒷전으로 밀려 있다. 새로 임명될 정무장관의 어깨가 무겁고, 지혜와 노련함이 절실하다. 행여 대통령의 신임을 뒷배경으로 호가호위(狐假虎威)할 인물을 뽑거나 위인설관(爲人設官)이 된다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