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11년간 60세 정년에 도달하는 2차 베이비부머 세대(1964~1974년생)가 954만 명에 이른다는 한국은행 보고서가 나왔다. 전체 취업자 2891만 명의 33%나 되는 큰 규모다. 한은은 1차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 705만 명의 은퇴로 연간 경제성장률이 0.33%포인트 떨어졌는데, 2차 베이비부머가 은퇴하면 이보다 더 큰 연간 0.38%포인트의 성장률 하락을 예상했다.

저출생 여파로 노동인구 자체가 감소하고 있어서다. 현재 나이가 15~25세로 향후 11년간 노동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구는 567만 명 정도로 2차 베이비부머의 60%에 불과하다. 한은은 고령층의 계속 근로가 이뤄져 고용률 증가 추세가 이어진다면 성장률 하락폭을 0.14%포인트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 한국고용정보원의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에서도 같은 결론이 도출됐다. 2032년까지 연평균 2% 수준의 성장률을 유지하려면 매년 89만4000명의 노동력이 공급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고령층의 고용 유지가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노동계가 일률적인 정년 연장만 고집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계는 지난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계속고용위원회’ 1차 회의에서 현재 60세인 법정 정년을 65세로 연장해줄 것을 공식 요구했다. 현대차·기아, HD현대 등의 노조는 당장 올해 단체교섭에서 정년 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법정 정년이 연장되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가뜩이나 청년 취업난이 문제인 상황에서 기업들이 청년 채용을 더 줄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정년 이후 고용은 기업이 정년 연장, 계속 고용, 퇴직 후 재고용 등의 선택지 중에서 자율적으로 고르게 해야 한다.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덜고 세대 간 일자리 갈등을 막기 위해선 연공서열형 호봉제에서 직무급제로 임금체계 개편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일본 도요타는 계속 고용제를 도입하면서 2000년 기본급에 성과급을 반영하는 임금체계 개편에 이어 2004년 호봉제 완전 폐지와 매달 성과를 평가하는 성과월급제로 전환했다. 노동계는 무작정 정년 연장만 주장할 게 아니라 세계 흐름과 경영 현실을 감안한 합리적 자세로 대화에 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