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미국 코네티컷주에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HAU) 뉴잉턴 사업장. 밀링 장비(공구를 회전시켜 가공품을 정밀 가공하는 장비)가 미세한 소음을 내며 원판 형태 회전체에 다가서자 표면이 매끄럽게 다듬어졌다. 니켈, 티타늄 등이 들어간 특수합금을 미세 가공해 항공 엔진의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장면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019년 엔진 부품 업체 이닥(EDAC)을 3억달러에 인수하며 확보한 가공 기술이다. 인수 이후 한화는 제너럴일렉트릭(GE), 프랫&휘트니(P&W), 롤스로이스 PLC 등 주요 엔진 제조 업체의 핵심 협력사로 발돋움했다. ‘다품종 소량생산’이 기본인 항공 엔진 부품시장에서 HAU가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배경이다. 이 덕분에 HAU 매출은 2019년 2100억원에서 지난해 2521억원으로 뛰었다. 뉴잉턴 사업장은 이런 HAU의 ‘심장’으로 불리는 곳이다. 여기에서 생산하는 회전체는 고정체보다 요구되는 기술 수준이 높아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분류된다. 회전체 부품인 일체형 블레이드 로터(IBR) 가격은 대당 2만달러에 이른다. 3~4년 주기로 교체해야 하는 만큼 안정적인 수요도 확보해놓은 상태다.

HAU가 뉴잉턴 공장 확장에 나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날 뉴잉턴 사업장은 신규 생산 장비를 들이기 위해 증축 공사로 분주했다. HAU는 총 900만달러를 쏟아 IBR 생산 능력을 현재 1400개에서 2200개로 늘릴 계획이다.

HAU는 코네티컷에서 회전체를 고정하고 감싸는 고정체도 만들고 있다. 뉴잉턴 사업장에서 차로 20여 분 떨어진 체셔 사업장에선 특수합금을 절삭하는 기계인 FMS가 들어서 있다. 이 공장에서 7종의 고정체를 양산하고 있다. 모두 P&W의 차세대 항공 엔진인 ‘GTF 엔진’에 들어가는 제품이다. HAU는 2015년부터 P&W와 ‘국제 공동 개발(RSP)’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P&W 프로젝트에 지분을 투자해 공동 개발하는 사업이다. 엔진 개발사도 HAU를 주요 파트너로 인정했다는 평가다.

HAU의 미국 사업장은 체셔·뉴잉턴뿐만이 아니다. 4400㎡ 규모의 글래스턴베리 사업장에선 대형 엔진 케이스 등을 만든다. 이스트 윈저 사업장(7700㎡)에선 레이저 가공, 용접, 워터 젯(물 분사식) 절단 등 특수 공정을 도맡고 있다.

한화는 지난해 2521억원이던 엔진 부품 매출을 2032년까지 2조9000억원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공개했다. 이를 위해 글로벌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독자 엔진 제조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기로 했다. 네이트 미나미 HAU 사업장장은 이날 “현재 하늘을 나는 항공기 엔진에는 한화가 만든 부품이 적어도 하나씩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코네티컷=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