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문턱을 대폭 낮추는 방향으로 국가재정법 개정을 추진한다. 지금은 전쟁 등 매우 특수한 상황에서만 추경 편성이 가능한데 양극화 해소와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서도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정치적 목적의 추경 편성이 남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 재정의 근간을 흔드는 법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기재부 출신 안도걸, 배지 달자 "추경 쉽게하자"
안도걸 민주당 의원(사진)은 1일 추경 편성 요건에 ‘계층·지역·산업 간 양극화 해소, 취약계층의 생계 안정을 위해 재정지출이 필요한 경우’를 추가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은 전쟁과 대규모 재해, 경기침체·대량 실업·남북관계 변화 등이 있을 때만 추경 편성이 가능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가장 최근 추경이 편성된 건 전 세계적 위기 상황이었던 코로나 팬데믹 때다.

안 의원은 “현행법으로는 서민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정부의 재정 지출에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소속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의원들과 개정안에 대해 사전 협의했다고 했다. 당론으로 추진할지에 대해서는 “논의해 보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전 국민에게 25만~35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법 개정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왔다. 안 의원도 “물론 민생회복지원금을 염두에 두고 발의했다”고 인정했다.

이에 대해 한 경제 전문가는 “양극화 해소와 서민 지원이 필요하다면 본예산에 편성하면 될 일”이라며 “돌발 상황도 아닌데 추경을 편성할 수 있게 하는 건 포퓰리즘에 재정을 동원하겠다는 의지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무엇보다 기획재정부 예산실장과 2차관 출신으로, 한때 나라 살림을 책임졌던 안 의원이 이 같은 법안을 발의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더 크다.

안 의원은 반대로 정부의 조세지출 관리를 엄격히 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담았다. 세액공제 등 각종 ‘깎아주는 세금’을 의미하는 조세지출 규모(국세 감면율)는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이를 의무 규정으로 바꾸는 내용이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